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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만델라 크래시' 오나

■ 넬슨 만델라 타계<br>아프리카 최대 경제국가 일궜지만 실업률·빈부격차 그늘도 짙어<br>흑인불만 분출 땐 경제위기 평화공존 시험대 올라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온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별세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남아공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흑인과 백인이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의 상징인 만델라 생존시에는 인종 간 화합의 신념이 지켜져왔으나 그의 타계로 지금까지 지켜졌던 평화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남아공 사회분열에 대한 불안감은 특히 브릭스(BRICS) 국가로 각광 받던 남아공 경제가 자칫 '만델라 크래시(Mandela Crash)'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낳고 있다.

사실 만델라 전 대통령의 경제적 성취는 그의 인도적인 업적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백인정권하에서 분열됐던 남아공 경제를 하나로 융합시키고 경제적 번영을 일군 경제지도자로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경제지인 비즈니스위크는 만델라 전 대통령이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 정책 폐지 이후 경제적 붕괴나 억압 없이 조용한 체제전환을 이루며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가를 일궜다며 남아공이 그의 치하에서 안정된 경제번영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지난 1980년부터 1994년까지 1.5%를 밑돌던 남아공 국내총생산(GDP)은 1995~2003년에는 3%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남아공 흑인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3년부터 2008년까지 93%나 급증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역내투자 가운데 남아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에 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만델라 집권 이후 남아공은 25%에 이르는 고실업과 빈부격차 확대 등으로 잠재적인 사회경제적 불안요소를 키워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화합을 이끄는 정신적 구심점이었던 만델라의 타계로 남아공 사회가 안고 있는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광산파업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2%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만델라 타계 이후 남아공 사회의 분열에 대한 우려 속에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만델라 크래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남아공 토착 백인인 아프리카너 시민단체 '아프리포럼'의 언스트 루츠 부위원장은 3월 "만델라가 사망할 경우 두렵다는 말을 (동료 백인으로부터) 여러 차례 들었다"며 백인사회의 우려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전하기도 했다. 남아공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흑인들은 부유한 백인들과 달리 여전히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청년실업에 따른 흑인사회의 불만이 남아공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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