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감은 본능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쾌감은 흔히 성(性) 행동 및 번식과 연계돼 유전자 증식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자연 선택에 의해 섹스와 연결된다고 논의돼 왔다. 감정생물학 전문가이며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쾌감을 이렇게 구분한다. "쾌감은 일종의 반사작용으로 합리적 사고와는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에 깊이 빠져들고자 하는 불 같은 충동이다. 이와 달리 행복은 사회적ㆍ도덕적 정체성에서 형성되는 추상적이고 지속적인 감정이다." 저자는 덧붙여 쾌감은 왜 존재하며 인간의 진화와 발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그 실체를 풀어간다. 학습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신생아들은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한 청각자극을 찾으며, 감정적 의미가 담긴 운율적 요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뇌 구조와 신경계 생성과정의 원인에 의한 것으로, 불규칙한 자극보다는 반복과 리듬에 대한 선천적인 선호성향 때문이다. 이 같은 경향은 음악ㆍ춤ㆍ 시 등 예술에 대한 애호로 이어진다. 시각적인 쾌감도 마찬가지다. 밝은 원색, 뚜렷한 좌우대칭, 대조가 강한 물체에 이끌리는 것은 생물학적 선호 성향에 의한 것으로 문화와 세대를 초월해 드러난다. 유아 프로그램 '텔레토비'는 밝은 원색, 강렬한 대비, 뚜렷한 좌우대칭, 반복적인 소리와 동작, 과장된 억양과 얼굴 이미지 등 쾌감이 선천적ㆍ본능적으로 선호하는 자극을 매일 공급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같은 쾌감 원리를 이용한 것이 광고. 광고산업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의 감각에 존재하는 이 같은 편향을 인식했고 이 선호 성향에 맞춰 제품 광고를 만들어 왔다. 한편 쾌감은 초콜릿과 섹스, 멜로드라마나 약물, 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중독으로 이어지는 위험요소를 갖고 있기에 저자는 어떻게 하면 쾌감 본능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과제로 제시한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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