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오후 런던시장 관저인 맨션하우스 연설을 통해 영국의 금리인상이 "현재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13일 보도했다.
카니 총재는 "첫 금리인상의 정확한 시기를 두고 이미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으며 금리결정의 균형이 점점 잡혀가고 있다"면서 BOE가 금리를 올릴 적절한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고용시장을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BOE의 금리인상 시기가 오는 2015년 봄에서 중순 무렵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올해 안에 전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카니 총재는 "물가 목표를 충족시키면서도 남는 불필요한 여력을 해소하는 내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점진적이고 제한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며 "여정의 시작이 임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니 총재는 일단 금리인상의 첫발을 뗀 뒤에는 신중하게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그는 "과도하거나 지나치게 빠른 긴축 통화정책은 해로울 수 있으며 되돌리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FT는 카니 총재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7월 총재에 취임 이후에 나온 첫 매파적 발언이라며 BOE가 금융위기 이후 완화 기조를 유지해온 주요국 중앙은행들 가운데 처음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전했다. 카니 총재는 취임 후 실업률을 통화정책과 연계하는 '선제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하고 저금리 기조를 보다 길게 이어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서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던 카니 총재가 금리인상을 서두르기 시작한 것은 영국 부동산 시장이 갈수록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자산시장 거품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FT는 카니 총재가 금리인상 카드를 내비친 것은 BOE가 경제 호황을 부추기면서도 부동산 시장 과열을 식히기 위해 모기지대출을 억제하는 등의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불편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올 초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이 금리인상은 영국 경제 회복세를 꺾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을 들어 BOE가 금리인상을 강행할 경우 정책공조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C에 따르면 영국 부동산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1%나 오른 상태다. 지난주에는 국제통화기금(IMF)도 영국이 자산 거품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 경제는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를 기록하고 물가 상승률은 4월 현재 1.8%를 나타내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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