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가 주연한 1994년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6분40초 분량의 인상적인 달리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검프는 어느날 갑자기 미국 대륙을 뛰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뛰는 이유에 대해 ‘과거를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러닝 온 엠프티(Running on empty)’ 등 1970년대 주옥 같은 팝송이 흐르는 가운데 이어지는 달리기 장면은 단연 압권. 소설가 중에도 검프처럼 무작정 달리기가 좋아서 뛴다는 이가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로 그다. 서른 세 살부터 달리기 시작했다는 하루키는 “달리기는 인생에서 하나의 분기점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고 회상한다. 그는 “내가 나 자신의 신체를 실제로 움직임으로써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배우게 된다”며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게 있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고 써넣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는 달린다는 단순한 행위를 테마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철학을 독자에게 흥미롭게 전한다. 하루키는 42.195Km 풀코스 마라톤 뿐 아니라 100Km 이상을 달려야 하는 울트라 마라톤 등을 수십 차례 완주한 달리기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작가도 검프처럼 어느날 갑자기 대륙 어딘가를 횡단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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