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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11월 2일] 기적은 없다

누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것을 봤다고 얘기할 때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어때야 할까.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이럴 때 갖춰야 할 기적 판별법을 제시했다. 그 사람의 증언이 거짓일 가능성이 그 사람이 말한 사건보다 더 기적적일 경우에만 기적을 인정할 수 있다고 흄은 말했다. 최근 열린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오는 25일까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내게는 이들의 약속이 흄의 기적 판별법에 대입해봐야 할 사안에 해당한다. 노동계는 복수노조 창구는 모두 열고 전임자 임금은 노사 자율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복수노조 창구는 단일화하고 전임자 임금은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정반대인데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올 수 있겠는가. 흄의 기적 판별법은 실은 기적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였다. 그는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기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흄의 말대로라면 노동계와 경영계가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은 0%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남는 방법은 서로 조금이라도 밀고 당길 여지가 있는 주장을 내놓는 것이다. 그래야 이루지도 못할 기적을 떠든다는, 그래서 더욱 보여주기 식 정치 쇼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까지 자기 속마음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복수노조 창구를 무한정 열기가 어렵다는 것은 노동계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계속 고집을 피우는 게 전임자 문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은 아닌가. 경영계도 전임자 임금지급을 완전히 금지할 경우 대다수 중소형 사업장에서 노조 활동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를 위해 무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아무런 아이디어 제시도 없이 무조건 합의만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자세다. 정부는 지금 팔장을 낀 채 노동계와 경영계에 기적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노사정 모두 진심으로 해결을 원한다면 하루빨리 서로 속마음을 보이고 솔직한 대화를 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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