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누진제가 논란이 된 까닭은 여름과 겨울 피크철에 전기 사용량이 조금만 늘어나도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요금구조에 있다. 6단계인 현행 제도에서는 전력사용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kW당 전기요금 차이인 누진율이 무려 11.7배에 이른다. 미국이나 일본은 2~3단계 요금구조에 누진율도 2배를 넘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 냉방용품을 많이 사용한 가구는 종전보다 3~5배 많은 요금고지서를 받고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었을 게다.
지경부는 누진제 축소라는 원칙만 세웠을 뿐 세부계획과 추진일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골격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만성적인 전력부족 현상이 해소되는 오는 2014년 이후에나 누진제 문제를 손질하자는 시기상조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문제가 드러난 이상 계속 방치할 것만도 아니다. 올 여름에도 지난해와 같은 전기료 폭탄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급히 정비하는 것이 옳다.
문제는 누진율과 누진단계를 축소할 경우 고소득층의 전기료 부담이 줄고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이 되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력사용량이 많지 않은 1, 2인 가구에서 상대적으로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 지난해 한국전력이 누진제 3단계 축소방안을 내놓았을 때 '요금인상 꼼수'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왔다.
그렇다면 누진체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현행 6단계를 3단계로 급격히 조정한다면 서민ㆍ중산층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개편 청사진을 제시하고 5단계, 4단계로 순차적으로 줄여야 전력 과소비를 막으면서도 형평성 시비를 줄일 수 있다. 정교한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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