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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통하는 게임 개발하려면 북유럽신화 알아야죠"

20일부터 도봉도서관서 고인돌 강좌 맡은 안인희 박사

북유럽신화 주제로 한 '반지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서'


“수퍼마리오, 스타크래프트 등 세계적인 디지털게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북유럽의 원형적 사유형태(아키타입·archetype)가 숨어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키타입의 근원이 바로 신화인 것이죠.”

인문학자이자 번역가로 유명한 안인희(사진) 박사는 오늘날 신화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독문학 박사인 그는 독일문학의 근원을 찾아 공부한 끝에 북유럽 신화에 이르렀고 그 연구 결과로 2007년부터 ‘북유럽신화(총 3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을 출간하기도 했다.

안 박사는 “수퍼마리오의 경우 독일 그림형제의 200여편에 이르는 동화에 나오는 법칙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그 법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게임의 최종목표인 공주 구출이 수월할 것”이라며 “반지의 제왕, 아서왕 이야기, 해리포터, 겨울왕국 등 세계적인 문화콘텐츠 중 북유럽 문화의 줄기에서 출발한 작품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적인 인문학 강좌로 구성,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5주간 서울시교육청 도봉도서관에서 ‘반지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고인돌2기 강의를 맡은 안 박사는 북유럽의 문화와 최근 국내에도 등장한 북유럽풍 디자인 열풍의 근원을 설명하기 위해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요즈음은 독일은 게르만 민족, 앵글로색슨족은 영국 등으로 구분하지만 중세시대에는 영국과 독일의 민족적 동질성이 짙어 문화적인 교류가 빈번했다”며 “영국작가인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이 북유럽문화를 깊이 차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양의 문화를 제대로 즐기고 또 세계에 통하는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려면 신화에 대한 깊은 이해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화란 한 지역의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내려온 신앙과 정서가 문자로 정착한 것으로 세계관과 철학이 담겨있는 집단상상력의 집합체”라며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나 소설이나 게임 등 문화콘텐츠에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인간의 DNA에 무의식적으로 깔려있는 정서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열풍에 대해 안 박사는 “인문학이 창의력과 상상력의 기초가 된다는 것은 틀린 지적이 아니지만 인문학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응용학문처럼 단기간에 결과물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절대적인 독서량과 사고의 시간을 거쳐 축적되어야만 비로소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양이 질로 바뀌는 양질전환의 법칙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의력이라는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축적된 무형의 자산이 겉모습을 바꿔서 등장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청소년기에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추고 성인이 된다면 어떤 직업에 종사해도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며 사유의 품격이 남다를 것”이라며 “고전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거나 도봉도서관(02-6714-7412)으로 문의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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