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 대처처럼… 슈뢰더처럼…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 국가는 기업을 경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국가의 임무는 민간기업이 번성할 수 있도록 적합한 법의 틀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철의 여왕' 마거릿 대처가 3기 연속 최장기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을 방문해 인촌기념관에서 전한 경제구조개혁의 교훈이다.

정부가 최근 경제정책의 초점을 경기부양에서 경제구조개혁으로 옮겨 가면서 성공적인 구조개혁을 이룬 영국과 독일의 경험이 주목받고 있다.

1970년대 영국은 저성장과 고실업, 저생산과 고임금, 노조천국, 고인플레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갔을 정도로 고질적인 영국병을 앓았다. 1979년 집권한 대처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동개혁을 이뤘고 대대적인 민영화를 단행했다. 금융개혁으로 추락한 영국의 금융산업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반석에 올려놓았다. 그의 진면목은 특히 노동개혁에서 나타났다. 노조가 노동당 보수당 할 것 없이 멋대로 정권을 갈아치웠던 시기였지만 집권 2개월 만에 노조파업 무력화 계획을 수립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집권 11년 반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고용법과 노동관계법 제·개정을 이뤄냈다.

대처의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영국은 노동시장 유연성이 미국만큼이나 높은 나라로 변했다. 구조개혁이 성공하자 규제공화국 뉴질랜드와 아일랜드가 대처의 길을 따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냉전 종식의 길을 열어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채택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부양서 구조개혁으로 중심 이동

독일도 지난 2001년 이후 3년 연속 성장률이 1%대 이하로 추락하면서 '유럽의 환자'로 전락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03년 3월 노동시장 유연성 향상, 과도한 사회보장제도 개혁, 세율 인하와 복잡한 세제의 개혁, 관료주의적 규제 철폐 등 전후 최대의 구조개혁정책을 담은 '어젠다 2010'을 발표했다. 독일의 구조개혁은 자유·성장 정책을 펴온 기독민주당이 아니라 평등·복지에 초점을 맞춰온 사회민주당이 앞장섰다. 개혁 초기 사회보장혜택 축소, 고용불안으로 노조 등의 적지 않은 반발이 있었다. 2005년 9월 총선 결과 기독민주연합-사민당 대연정이 이뤄졌지만 '어젠다 2010' 기조를 유지했고 각 분야에서 구조개혁을 꾸준히 단행했다. 혼란기를 거쳐 독일은 2006년 3.0%, 2007년 2.5%의 견고한 성장을 이뤄냈고 실업률은 2005년 11.7%에서 2008년 말 7.7%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제 환경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 추세적으로 둔화되면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산업에서 중국의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일본은 끊임없는 엔저 융단폭격을 단행하고 있다. '헬리콥터 밴'으로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선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면서 달러 블랙홀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벼랑 끝에 선 한국으로서는 금융 재정정책의 경기부양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구조개혁은 정부의 '경제혁신3개년계획'에 대체로 담겨 있다고 한다. 공무원 연금 개혁, 방만한 공공 부문의 수술·효율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촉진, 공교육의 활성화가 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 개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통상임금, 근로시간단축, 정년연장 등 노동시장에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연공서열의 임금체계를 직무 및 성과급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해야 한다고 한다.

끈질긴 설득·강한 리더십 발휘해야

경기침체 가중되면서 세수 부족으로 국고가 바닥난 지 오래고 국가 부채가 누적되면서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참에 소득세율을 누진효과를 높이면서 인상하는 증세를 하되 복지를 강화하는 '중부담 중복지 국가' 구상도 검토해볼 만하다. 가계 심리가 안정되면서 수요증대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구조개혁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 구조개혁을 성공시킨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정부는 각계의 여론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하되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추진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설득을 끈질기게 하되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릴 때는 내려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