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사진)이 미국의 부채협상 타결을 놓고 "미국은 장기적으로 바나나공화국 상태로 갈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바나나공화국이란 농산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남미처럼 외국자본에 잠식당한 국가를 말하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이번 타결안은 대통령의 비굴한 항복"이라며 "합의안만 보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나 민주당에게만 재앙이 아니라 침체돼있는 미국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표적 경기부양론자인 그는 이어 "현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은 정부의 지출 삭감인데, 그 선택을 함으로써 미국이 장기적으로 바나나공화국으로 갈 확률이 아주 높다"고 정치권을 공격했다. 크루구먼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의 협상에서 당초 입장을 거둬들여 한 발 후퇴했는데 이것이 공화당의 대담성을 더욱 확대해 오바마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실제로 지난해 12월 부시 행정부 감세조치를 연장하면서 항복을 했고, 올 봄에는 정부폐쇄에 또 한번 항복했고, 이번에는 부채상한 증액을 둘러싸고 다시금 항복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이번 타협안이 미국 경제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곧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는 부채협상이 타결된 상황에서 여론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크루그먼의 발언을 그대로 뒀다간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크루그먼의 칼럼에 대해 "그의 견해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현명한 협상을 진행했고 이는 미국 경제에 확실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니 대변인은 이어"국가의 위기 상황을 정치권이 함께 해결해 여러 문제들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과 긍정적인 부분이 지출삭감의 부정적인 면을 덮고도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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