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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실 감사, 회계사만의 책임인가


"회계사들만 비겁하다는 식으로 비치지 않도록 해주세요."

기자가 지난 20일부터 회계법인의 문제를 다룬 '기업 망치는 부실 감사'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물론 회계 투명성 문제를 논하면서 회계사들의 잘못을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 회계사들 자신도 지금의 시장실패 상황에 대해 책임이 있으며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부실 감사의 문제를 그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이 점수로 쉽게 환산되는 기술적 요소 위에 타 선수와 차별되는 예술적 요소가 가미되기에 '명품 연기'로 인정받는 것처럼 '투명한 회계 감사'도 뛰어난 회계사 못지않게 이를 지탱하는 무형의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회계사들도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과연 회계사들이 양심을 걸고 투명하게 감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인가. 그렇지 못하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짧은 시기에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등장했고 국민 소득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성과가 뚜렷했지만 그 폐해도 크다. 특히 압축성장 과정에서 자리 잡은 '빨리빨리' '대충대충' 문화는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특징이 돼버렸다.



오늘날 만연한 부실 감사와 불투명한 회계 문제도 이러한 바탕에서 자라났다. 정부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목하에 엄밀한 감사가 필요한 기업에 대해서도 감사 기준을 완화해줬다. 기업도 회계 감사를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하고 제값을 주고 제대로 감사를 받기보다는 무조건 감사 수수료를 낮추기만 했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 순위가 58위까지 떨어질 정도로 인정을 못 받는 것은 회계사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따라서 그 해결책 역시 회계사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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