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 최고의 코미디스타 배삼룡(사진)씨가 3년째 투병해온 흡인성 폐렴으로 23일 오전2시10분 사망했다. 향년 84세.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흡인성 폐렴으로 투병하다 2007년 6월 한 행사장에서 쓰러져 입원했으며 최근 들어 자가호흡을 하고 가끔 말은 했지만 지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1968년 MBC 코미디언으로 정식 데뷔한 배씨는 1970년대 특유의 바보연기로 ‘비실이’라는 별명과 함께 정상의 인기를 누리면서 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부부만세’ 등에 출연해 사랑을 받았다. 특히 동갑내기 단짝 구봉서씨와 콤비를 이뤄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기 서민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배씨는 코미디 프로그램뿐 아니라 ‘사람팔자 시간문제’ ‘약장사’ ‘양반 인사법’ 등 400여편의 드라마와 ‘형사 배삼용(1997)’ ‘아리송해(1979)’ ‘마음약해서(1980)’ 등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배씨는 1980년대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갑자기 ‘연예인 숙정 대상 1호’로 지목돼 방송출연 정지를 당했다. 시대에 역행하고 사회의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명분이었다. 이후 그는 잇단 사업실패 등으로 생활고를 겪었고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후에는 약 2억원의 병원비를 체납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지난달 병상에서 후배 코미디언 이용식씨의 도움으로 핸드프린팅을 남겼다. 빈소는 아산병원에 차려졌으며 유족으로는 아들 동진씨, 딸 경주씨와 주영씨가 있다. 발인은 27일 오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