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폐막한 선진8개국(G8) 정상회의는 선진국 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는 합의했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간 합의에는 실패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지구온난화 문제는 G8회담의 차원을 너머 개발도상국들을 설득하고,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G8과 한국ㆍ중국ㆍ인도 등 8개 신흥경제국 등 16개국 정상은 기후변화 주요국 회의(MEM)를 열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지만 최고 쟁점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 삭감과 관련한 장기목표 수치를 정하는 데는 합의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G8은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G8 정상들의 합의안을 신흥경제국들도 수용하라고 압박했고, 신흥경제국들은 현재의 온난화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보다 진일보한 조처를 취하라고 반발했다.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은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1990년에 비해 2020년까지는 25~40%를, 2050년까지는 80~95%를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도(共同)통신은 “G8 정상들이 마지막날 회의에서 ‘205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인다’는 8일 정상회담 합의를 MEM에서 추인할 것을 요청했지만 중국ㆍ인도 등 일부 국가들이 제동을 거는 바람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G8은 현재 방출되고 있는 온실가스의 40%를, 중국과 인도는 25%를 차지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간 중국과 인도의 참여 없이는 기후변화협상이 실패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G8과 중국ㆍ인도ㆍ브라질ㆍ멕시코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과의 확대회의도 열려 세계경제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각국 정상들은 고유가와 식량난이 글로벌 경제를 옥죄고 있다고 보고 해결방안을 공동 모색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G8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경우 지난해 독일 하일리겐담 G8 회의에서 정상들이 합의한 내용과 같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날 G8 정상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공유한다고 했지만 자신들이 얼마나 삭감할지 등 구체적인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당장 개도국들은 G8 회원국들이 단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국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합의안 추인을 거부했다. 개도국과 선진국 간에 이견이 거듭 확인되면서 내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총회 때까지 뾰족한 온난화 방지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2012년 기한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포스트 교토의정서의 주요 내용을 확정하게 된다. 그린피스의 다니엘 미틀러 국제정치 자문은 “이번 회담은 책임감의 부재에 따른 완전한 실패”라며 “지난해 독일에서 얻어낸 결과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고유가 대책과 관련해서도 시장의 투명성 향상, 산유국에 대한 증산 요청, 소비국의 에너지절약, 원자력 이용 확대를 위한 국제협력 등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유가 급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투기자금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미국과 영국이 투기자금 규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식량난 해결 방안으로 식량 수출규제 철폐를 제시한 것은 지난달 로마에서 열린 유엔 식량안보 정상회의 합의보다는 진전된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고유가와 식량난의 해법으로 식량 이외의 원료를 사용하는 제2세대 바이오연료를 개발하기로 합의한 것도 눈에 띈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