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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2월 18일] 중국 '가전하향'의 성공조건

엊그제 중국의 한 경제주간지에 실린 만화 한컷이 기자의 눈을 끌었다. 커다란 연못의 한쪽에 컬러TV와 냉장고 등이 잔뜩 쌓여 있고 그 옆에서 한 남자가 거대한 양수기를 통해 연못에서 돈(물)을 뽑아내고 있다. 그리고 연못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사나이가 가느다란 수도꼭지로 연못에 돈(물)을 찔끔찔끔 흘려넣고 있는데 연못은 이미 바닥이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다. 중국 ‘투자자보’ 16일자에 실린 이 만평은 중국 농촌경제(연못)가 ‘가전하향(家電下鄕)’정책으로 돈이 말라 재난을 맞게 될 수도 있음을 풍자한 것이다. 지난해 시범실시를 거쳐 이달 초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간 가전하향은 농민들이 가전제품을 살 경우 구입가격의 13%를 정부가 보조해주는 경기부양책으로 중국 정부는 “가전하향이 내수부양은 물론 농민들의 복지수준을 높이고 가전업체의 경영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셰쉬런(謝旭人) 중국 재정부 부장은 “가전하향을 통해 오는 2012년까지 농촌 내 가전제품 판매대수가 6억대에 달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확실한 정책효과를 자신했다. 실제로 이번 춘제(春節ㆍ설날) 연휴기간 중국의 가전제품 판매 증가액이 전년 대비 25.6%나 늘어났고 이를 가전하향에 힘입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 정부는 내친김에 다음달부터 농민이 배기량 1,300㏄ 이하 소형 자동차를 살 때 보조금을 지원하는 ‘자동차하향’까지 시행할 태세다. 그러나 이렇게 좋다는 가전하향을 농촌사회를 파괴시킬 ‘위험한 도박’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베이징의 한 경제전문가는 “중국 서부지역 농촌의 경우 가구당 연간소득 2,000위안(약 40만원)이 넘지 않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형편에서 휴대폰과 세탁기ㆍ컬러TVㆍ냉장고ㆍ오토바이 등을 마구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금세 빚더미에 올라앉지 않겠습니까.”하고 말했다. 투자자보는 가전하향에 대해 비판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농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각종 상품들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자금이다. 자본이 농촌의 낙후된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만 비로소 농촌의 소비잠재력이 활력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내수부양과 농촌복지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7억여명의 중국 농민을 대상으로 가전하향을 시작했다. 야심찬 이 기획이 중국의 농촌을 살릴 묘약이 될지 아니면 중국농민을 알거지로 만들 독약이 될지 지금은 누구도 결과를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중국 정부가 ‘자본하향’이 우선되지 않는 가전하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인다면 결과가 보다 희망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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