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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중치 못한 의사협회
입력2006-05-10 16:35:50
수정
2006.05.10 16:35:50
최근 대한의사협회의 신중하지 못한 처사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의협은 보름 전쯤 파문을 일으킨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복제약 효능시험 조작 발표와 관련, 지난 9일 ‘약효 데이터 조작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3,900여품목의 의약품 효능 검증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특히 이 자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약 효능 데이터 조작에 깊이 관여해 저질 약들이 국민들에게 공급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식약청이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조치를 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하자 이날 오후 긴급히 “식약청이 직접 조작에 관여했다는 것이 아니며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불과 4시간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식약청의 한 담당자는 이날 오후 늦게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근거 없이 쏟아내는 말 한마디에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아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전에도 의협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조작 파문이 일자 곧바로 “약사들이 의료비 절감을 주장하며 시행해온 대체조제(의사가 명시한 약과 성분이 동일한 다른 약으로 바꿔 조제하는 것) 뒤에는 생동성 시험 조작이 숨어 있었다”고 광고를 내 약사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대체조제를 할 경우 약사가 의사에게 통보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이 때문에 약품명 대신 성분명 처방을 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의협은 국내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말 한마디에 국민들은 큰 영향을 받는다. 물론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시의 적절한 입장 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의협이 정말로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무차별적인 비난이 아니라 좀더 신중하고 근거에 입각한 주장을 해야 한다. 이달 초 출범한 의협의 새 집행부는 ‘강한 의협 만들기’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의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한방과 관련, 과거 투쟁적인 이미지의 새 회장 때문인지 주위에서는 타 단체와의 충돌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찰이 능사가 아니며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의협만이 정말로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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