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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코리안 드림'을 보고 싶다
입력2007-08-27 16:15:01
수정
2007.08.27 16:15:01
“집안 형편상 자비로 해외에 유학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때였다. 미국의 유명한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는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무조건 건너가자는 생각으로 어른들이 톡톡 털어서 마련해준 단돈 기백달러를 손에 쥐고 태평양을 건넜다. 학비는 장학금으로 감당할 수 있었지만 먹고살기 위해 밤잠 안 자며 접시를 닦아 돈을 벌어야 했다. 어렵사리 학교를 졸업한 후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또는 대학)에 취직해 잘 먹고 잘산다.”
요즘 세대들은 모르겠지만 당시 우리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한국식 아메리칸 드림’의 줄거리다.
지금은 하품 나올 이야기지만 30~40년 전만 해도 ‘단돈 100달러를 들고 건너간 선배들의 미국 성공스토리’는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달궈주던 미담이자 무용담이었다.
최근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다양한 피부를 가진 외국인들을 쉽사리 볼 수 있다. 불과 10년 사이 급격하게 변해버린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수도권의 중소도시를 가면 방글라데시ㆍ네팔ㆍ필리핀ㆍ베트남ㆍ몽골 등 아시아 각국에서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근로자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다민족사회’라는 표현이 일상생활에 쉽게 스며들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드디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체 국민 수가 대략 5,300만명쯤 된다고 볼 때 우리 주변을 돌아다니는 100명 가운데 2명이 외국인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법무부 자료를 좀더 살펴보면 100만명의 체류자 가운데 중국이 44만1,334명(이 가운데 중국 동포가 26만6,76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한 미군이 포함된 미국이 11만7,938명에 달했으며 베트남이 6만4,464명, 필리핀 5만264명순이라고 한다.
미국을 제외하면 우리보다 경제적 형편이 못한 국가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잡고 싶어 한국을 찾았다는 점은 쉽사리 추측할 수 있다.
머나먼 타국으로 건너온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의 거친 인생이나 마치 줄 위를 걷는 듯 위태롭기만 한 삶의 궤적들을 추적하다 보면 그사이 잊었던 30~40년 전 우리 선배들의 ‘아메리칸 인생’이 겹쳐진다.
아주 적은 보상에 만족하는가 하면 참기 어려운 홀대도 참 씩씩하게 잘 받아넘긴다. 고국에 남겨둔 식구들을 위해 새로 정착한 땅에서 악착같이 적응하며 살아가려는 노력들은 눈물겨울 정도로 닮았다.
차이점이라면 미국으로 건너갔던 선배들은 시기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열심히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모습이 확인된 반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에게서는 아직도 그들의 ‘코리안 드림’이 이뤄졌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것.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기회가 적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에 비해 한국이 훨씬 더 이방인에게 배타적인 사회라는 점이 ‘비슷한 출발, 다른 결과’를 만든 결정적인 요소로 보인다.
반성이 없으면 변신도 없는 법.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줄곧 ‘한국을 선택한 이방인’들에 대해 법적 지위를 보장해주지 않고 집단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으며 편견과 오만의 시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그들은 “한국은 결코 기회의 땅이 아니었다”며 발길을 돌릴 것이다.
혹시 한국은 아직도 ‘아시아 허브국’의 꿈을 버리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더더욱 외국인노동자 출신의 이방인 사업가가 많이 등장해야 한다. 개인적인 희망사항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이방인 K씨가 숱한 역경을 뚫고 마침내 ‘코리안 드림’을 이뤄냈다는 흐믓한 소식이 나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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