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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탐낼만한 원석이 하나 있다. 누군가는 원석으로 보석을 만들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건물의 축대에 쓰고자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무기를 만들 때 쓰고 싶어했고 어떤 이는 다른 원석을 다듬는 도구로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 원석은 어떤 용도로 쓰일 때 가장 빛을 발할까.
'콘텐츠 에이전시'를 표방하는 인벤트스톤이 지향하는 기업 모델은 하나의 원천소스(원석)가 만들어지면 그 원천소스를 최적의 상품으로 개발하는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석이 보석을 만들기에 적합하다면 인벤트스톤은 보석 세공업자와 보석 판매상, 투자자 등을 한 자리에 모아 어떻게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지, 얼마에, 어떻게 팔지를 정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만난 나경찬(사진) 인벤트스톤 대표는 "인벤트스톤은 원천소스를 개발하고 작가와 감독, 배우, 투자자, 배급사 등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를 연결해 완제품을 만드는 일종의 콘텐츠 에이전시"라며 "현재는 영화 분야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원천소스를 영화ㆍ드라마ㆍ출판ㆍ게임ㆍ애니메이션 등으로 개발하는 원소스 멀티유즈 사업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인벤트스톤을 창업하기에 앞서 나 대표는 싸이더스FNH에서 영화 투자팀장과 전략기획실장을 거쳤고 공연기획사인 악어컴퍼니에서 뮤지컬 '싱글즈' 등의 기획ㆍ제작을 맡기도 했다. 영화ㆍ뮤지컬ㆍ연극계를 두루 거치면서 나 대표는 이야기마다 어울리는 콘텐츠 형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는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인벤트스톤을 창업하면서 나 대표는 소설부터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작품에서 소재를 찾았다. 그리고 그의 전공 분야인 영화 기획ㆍ제작부터 시작했다. 나 대표는 "좋은 이야기꾼을 양성하고 이야기꾼이 만들어낸 원천소스로 드라마도 만들고 책도 내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내가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진 분야는 영화였기 때문에 우선 영화 제작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이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년)'다. 오는 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고령화가족'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 씨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인벤트스톤이 영화화를 추진하던 중에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에서 '고령화가족'을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현재는 소설가 김훈 씨의 '남한산성'을 시나리오로 각색하고 있다.
인벤트스톤이 지향하는 '원소스 멀티유즈'에서 핵심은 소스 즉 이야기다. 따라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도록 컨설팅하는 것 역시 인벤트스톤의 역할이다. 나 대표는 "산업의 트렌드를 읽고 창작자들에게 최근의 동향을 전달해주고 조언을 해주는 것 역시 에이전시의 몫"이라며 "창작자에게서 좋은 스토리가 나오면 이를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 창작자도 돈을 벌게 하고 콘텐츠 산업도 키우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이야기꾼들을 양성하기 위해 나 대표가 포기하지 않는 분야가 독립영화 제작이다. 나 대표는 "독립영화는 돈이 되기 어렵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줘야 창작자도 보호하고 다양한 소재도 개발될 수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있다"며 "창작자들이 콘텐츠 산업의 근간인 만큼 그들이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꾸준히 수익도 내고 있다. 창업 첫 해에는 200만원의 이익을 거두는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6,100만원의 이익을 냈다. 매년 3~5개의 작품 개발을 추진하고 꼭 한 작품은 스크린에 걸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일본, 미국의 영화 제작사들과 공동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나 대표는 "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인벤트스톤은 단기적인 수익보다 미래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에 역량을 쏟을 계획"이라며 "산업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스토리텔러를 키우고 이를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하되 늘 배의 선장을 창작자로 세우는 미래지향적 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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