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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블러드 다이아몬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은 ‘신이 버린 나라’로 불린다. 지난 90년대 발생한 내전으로 20만명이 죽었고 25만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으며, 500만 인구 중 절반은 난민 신세가 됐다. 내전이 정부군과 반군의 다이아몬드 쟁탈전으로 바뀌면서 양민의 피해가 늘었다. ‘블러드(피 묻은) 다이아몬드’의 참상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내전이 끝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소수의 다이아몬드 채굴업자들은 빈곤층을 동원해 임금도 주지 않고 위험천만한 채굴 작업을 종용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회사들도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팔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원산지 ‘세탁’ 과정만 정교해졌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이 같은 불편한 진실들을 다룬다.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데다 다이아몬드 업계의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개봉한 탓에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를 환영할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줄이기 위해 조직된 인권 단체들은 “이 영화로 인해 아프리카 다이아몬드에는 손대지 않는 소비자가 늘까봐 걱정”이라고 말한다. 다이아몬드 수출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빈국들이 대중의 설익은 관심으로 인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아프리카 대신 캐나다와 같이 ‘믿을 수 있는’ 다이아몬드 생산지에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캐나다산만 취급하는 온라인 업체도 발 빠르게 등장했다. 어설픈 감상주의가 신이 버린 나라를 인간마저 외면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차라리 다이아몬드를 살 때 분쟁 지역에서 밀수입된 것이 아니라는 인증서를 확인하고 이런 인증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물론 다이아몬드를 살 여유가 있다면 아프리카 빈곤층을 위해 지갑을 여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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