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공업단지화 전략과 수출제일주의 정책으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으로 수출이 내수와 투자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여 왔으나 최근 수출과 내수ㆍ고용 간 연계성이 크게 약화됐다. 글로벌 재정위기 상황에서 그나마 무역 1조달러와 흑자기조는 유지하면서도 경제민주화 논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회복과 일자리 창출은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경제구조의 선진화와 창조형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서비스산업과 제조업 간의 차별을 없애는 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하는 한편 3차 투자 활성화 대책을 수립해 산업단지 내 서비스업 진입제한 규제를 손질한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대대적인 입지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부품 재가공 산업 고부가가치 창출 가능
산업단지는 지난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눈부신 산업발전을 이룩한 토대역할을 해왔다. 울산공업단지와 창원공업기지 등이 그 성공사례다. 그 후 반세기가 흘러 산업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산업의 자동화에 따라 제조업 일자리 창출은 한계에 직면했고 점차 서비스업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산업의 융ㆍ복합화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추세에 있다. 히든챔피언 강소기업 세계 최다 보유국이자 기계ㆍ자동차 세계 최강국인 독일의 경우 기계산업 중 서비스업 해당 비율이 42%로서 한국의 2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선진국의 기계산업은 가치사슬이 길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돼 오히려 서비스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독일의 트럼프(Trumph)사와 크로네스(Krones)사는 중고시장에서 자사의 제품을 다시 사들여 완전분해한 후 핵심부품을 최신 고성능 정품으로 교체해 시장에 다시 내놓는다. 이를 통해 자원재활용은 물론 자사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비자들에게 더욱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재제조ㆍ유통ㆍ서비스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외 산업구조의 급속한 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산업단지 정책은 여전히 1960~1970년대에 수립된 제조업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산업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입주업체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단 부지가격 제조업 수준 낮춰야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산업단지 규제를 손질하고 창조형 경제로 전환시키는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다만 이러한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과감한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산업단지를 분양할 때 제조업 용지와 비제조업 용지의 가격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상가, 오피스텔 등 위락시설이라면 다르겠지만 제조업 연장선상에 있는 재제조와 유통,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동일한 분양가를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 굴지의 기계류 생산업체 H사가 재제조를 위해 공단 부지를 매입하려 해도 재제조는 제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높은 분양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은 산업의 경쟁력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경제구조의 선진화를 통해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재제조ㆍ유통ㆍ서비스업과 제조업과의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현장의 손톱 밑 가시를 해결함으로써 산업단지를 보다 가치 있게 만들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창조경제를 꽃피우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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