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총회에서 문 후보자의 발언 파문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문 후보자의 입장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면 인사권자 입장에서 더는 국민 마음에 상처 주지 말고 이 인사를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도 "총리 후보자의 친일·반민족적 역사관과 국가관이 국민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며 "국민의 인사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이번 인사는 건국 이래 최대의 인사 참사로 청와대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후보를 지명해 이번 참사를 일으켰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문 후보자의 발언은 일본 극우 교과서보다 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으로 국민을 모독하고 국격을 조롱했다"고 비판했다.
여권은 안대희 총리 후보 낙마에 이어 문 후보마저 인사청문회에 나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전망이 확산되자 여론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썼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문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앞으로 미래 지향적으로 '우리 민족이 더 잘하자'는 뜻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악의를 갖고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평했다. 윤상현 사무총장도 "말 몇 마디를 갖고 그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총리 후보자든 장관후보자든 있는 그대로 보고 차분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일본이 위안부 문제 등에서 역사 왜곡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며 망언을 일삼고 있는데 문 후보를 무조건 감싸면 '자기모순'에 빠져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와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 일본 문제와 역사인식에 관련된 시민단체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망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군국주의자들이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펴는 논리"라며 "이런 발언을 한 사람이 어떻게 총리가 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올바른 역사관이 없는 자가 사회 각 분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총리로서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민들은 지난해 4·3항쟁이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홍원 국무총리가 추념식 행사에 공식 참석했는데 새 총리 후보자가 이를 '폭동'이라고 규정하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60년 넘게 맺힌 한(恨)을 건드린 데 분노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한 관계자는 "수만명의 도민이 희생된 사건이 국가기념일 지정으로 화해의 물꼬를 텄는데 총리 후보자의 몰상식한 역사인식에 물거품이 될 처지"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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