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핵심 원동력은 디자인입니다."
'서울포럼 2014'에서 둘째날인 22일 세션1 창조 분야 강연자로 나서는 김영세(사진) 이노디자인 대표는 '디자인과 창조경제'라는 주제로 디자인의 창조적 가치를 강조한다.
산업화 시대만 하더라도 디자인은 제품의 외양을 꾸미는 마무리 수준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새로운 제품이나 기획의 시작점으로서 모든 과정에 디자인이 관여한다. 김 대표가 일찍이 주창한 '디자인 우선주의(Design First)'이다. 제품이 디자인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수요를 창출하고 유도하며 기존에 없던 제품까지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가 "디자인을 알면 창조경제가 보인다. 창조하려면 불편한 것을 참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 대표가 말하는 디자인은 '상술(商術)'이 아닌 '인술(人術)'이다. 팔기 위해 현혹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과 나눔정신을 담아 감동과 행복을 전하는 게 디자인의 근본정신이라는 것. 그래서 김 대표는 "내 디자인의 세 가지 키워드는 생활·문화·공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으며 그들 모두를 연결하는 고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늘 달고 다닌다.
나아가 그는 '디자이너'를 재정의했다. 예쁘고 보기 좋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미래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는 디자이너를 포함한 창의적 인재를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고 이를 통해 부(富)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이를테면 '창조경제') 종사자"라며 상상을 실현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이매지너(imagine+er)'로 명명했다. 특히 그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유튜브의 스티브 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이 미래를 창조한 혁신가들의 공통점이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의 틀에서 벗어난 괴짜, 이단아, 아웃사이더였음을 주목했다. 김 대표는 이들처럼 미래가 원하는 창의적인 신인류를 "생산직 블루칼라와 사무직 화이트칼라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창조하는 퍼플칼라 노동자"라고 규정해 '퍼플 피플(Purple People)'론을 펼치고 있다.
경기고와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30대 초반에 일리노이대 산업디자인 교수를 역임한 김 대표는 1986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노디자인을 설립하고 창조경제의 신화를 이뤘다. 삼성전자 애니콜의 가로본능 휴대폰을 비롯해 아이리버의 목걸이형 MP3플레이어, 라네즈의 슬라이딩 콤팩트 등이 그의 '발상의 전환'에서 탄생한 작품이자 히트상품들이다. '디자인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미국 국제디자인우수상(IDEA)에서 금·은·동 모두를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디자인계의 구루'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99년에 이노디자인 한국지사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사세를 중국과 일본으로까지 확장했다. 이노디자인은 2009년 6월 일본 '닛케이BP'가 뽑은 '세계 10대 디자인회사'에 선정될 만큼 전세계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독일 IF디자인어워드에서 이노웨이브의 헤드폰으로 디자인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홈플러스의 PB상품, 국립중앙박물관 나들길, 고양시 공공임대자전거 '피프틴' 등 산업디자인과 공공디자인 부문을 넘나들며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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