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계속 내리고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물가는 포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일 미국 재무부의 5년 만기 TIPS(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y) 수익률은 마이너스 0.17%를 기록했다. TIPS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1997년 첫 발행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TIPS는 원금 및 이자 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켜 물가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는 채권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정책과 무관하게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이다. 올 초만 해도 TIPS 수익률은 6.2%로 일반국채 수익률 3.7%보다 높았다. 그러나 최근 수익률이 떨어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TIPS 관련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은 오히려 늘고 있다. 파이낸셜 리서치 코프에 따르면 1월 TIPS 관련 펀드로 28억7,000만달러가 순유입돼 총자산이 476억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1년 동안 불어난 TIPS 관련 자금은 겨우 35억4,000만달러였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FRB의 시장통제 능력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볼티모어에 본사를 둔 로베 프라이스 투자그룹의 브라이언 브레넌은 “현재 TIPS가 거래되는 방식을 보면 투자자들이 앞으로 소비자물가지수가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현재의 채권수익률을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며 “인플레이션과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혼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FRB는 경기침체만은 막겠다는 의지로 연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FRB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월 중 1.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도 0.75%포인트가량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FRB는 연초부터 현금경매(TAF),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국채임대방식(SLF) 등으로 수천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FRB의 이 같은 공격적인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은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국제유가와 원자재ㆍ곡물가격 등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FRB의 금리인하가 신용경색 및 경기침체ㆍ인플레이션 등 어느 하나도 뚜렷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달러화 유동성 공급은 글로벌 경제에 무리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