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과 무상급식ㆍ보육 등 각종 복지정책에 들어가는 재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복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정치권은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상황을 여기까지 이르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포퓰리즘'을 지목하고 복지 디폴트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페이고([ay-go)'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7일 "복지재원 부담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대립각을 세우는 등 우리 사회의 갈등이 고조되는 것은 정치권과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공약 탓이 크다"며 "복지정책이나 공약을 내걸 때 재원확보 방안도 함께 제시하도록 하는 페이고 제도를 도입해야 포퓰리즘 복지정책이나 공약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이라도 그릇된 복지공약ㆍ정책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정부가 용기를 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상보육 같은 보편적 복지정책은 재원조달 방안이 없으면 이어지기 힘들다"며 "지금부터라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복지 지원을 늘리는 선별적(선택적) 복지제도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복지정책의 기본원칙은 선택적 복지가 돼야 한다"면서도 "단 기회의 평등과 관련된 교육ㆍ육아 부문은 선택적 복지의 틀을 넘어 전향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복지재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자체에 대한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중앙정부가 다양한 복지정책에 소요되는 예산을 실제 집행이 이뤄지는 지자체에 내려보낸 뒤 사실상 따로 관여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앞으로 한정된 재정으로 복지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려면 지자체의 독자적인 자율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예산집행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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