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퇴임이 점쳐졌던 안택수(69ㆍ사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또다시 1년간 연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당초 3명의 후보군이 청와대 검증절차까지 들어갔지만 후보 간 경합에다 하반기 경제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그간 신보에서 출중한 리더십을 발휘해온 안 이사장이 더 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극적으로 연임됐다.
실제로 안 이사장은 지난 4년간 행적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신보가 했던 역할을 첫손에 꼽았다. 실제 2009년 국내 중소기업 대출 전체 순증액의 42%인 8조9,000억원이 신보를 통한 보증부 대출이었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재임기간을 돌아봤다.
"2009년 당시 전국에 산재한 신보 99개 지점을 두루 돌면서 밤새 일하던 직원들을 격려하고 독려하던 일이 눈에 선합니다. 돈 떼일까 몸 사리기에 급급하던 은행을 대신해 신보가 나서야만 했어요. 물밀 듯하는 일감 때문에 직원들은 자정까지 일하기가 예사였죠. 그런 열정 때문에 유동성 위기로 흔들리던 기업을 살리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죠. 지금도 직원들이 고생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찡해요."
혹독한 경험은 지나면 추억이 된다. 만약 사회적 의미가 적지 않은 경험이라면 당사자를 내적으로 고양시킨다. 그래서인지 안 이사장은 신보 시절을 화려한 경력 가운데 최고의 값진 경험으로 치켜세웠다. 그는 "15년간 신문기자, 5년간 보건복지부 대변인, 3선 의원까지 해봤는데 신보에서의 4년이 국회의원 12년 경험보다 두 배는 더 보람찼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 입장에서는 이번 연임 결정으로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구원투수로서 신보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위기 국면에서 관료주의와 보신주의에 물들지 않은 안 이사장이 소신껏 일을 처리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안 이사장의 인생 좌우명도 '초지일관'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눈에 안 들기도 한다. 그는 "경쟁이 심하고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워 그런지 청년들이 다들 급해지고 참을성이 적다"며 "인생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음을 알고 목표를 향해 밀고 나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경북 예천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기자와 3선 의원 등을 거쳐 2008년 신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3년 임기 후 1년간 연임에 성공한 유일한 이사장이었던 그는 이번 연임으로 사실상 이 정권과 임기를 같이하는 공공기관장이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