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는 새로운 개념의 21세기형 공장입니다."
국내 첫 테마파크 기획자로 알려진 김혁(48ㆍ사진) 테마파크파라다이스 대표는 "부동산 개발업에 콘텐츠산업이 결합된 장치산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까지 일석이조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가 바로 테마파크"라며 이같이 말했다.
테마파크란 특정 주제에 따라 시설을 꾸며놓고 운영하는 공원으로 디즈니랜드ㆍ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있다.
김 대표는 "디즈니랜드는 미국 내의 인기는 물론 파리ㆍ일본ㆍ홍콩 등 지점을 통해 미국 문화를 전파한 일등 공신"이라며 "지금까지 미국에만 입장객 수가 2억명이 넘고 그중 70%가 어른이다. 어른들의 일상 탈출과 환상 속으로의 여행을 현실화해주는 테마파크는 어릴 적 영웅이었던 영화ㆍ만화 주인공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건전한 놀이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테마파크가 조국을 구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는 그는 "지난 1998년 개장한 남아공의 테마파크 선시티는 치안이 불안하다는 국가 이미지를 대폭 개선시켰으며 경제성장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얻었다"며 "국내 테마파크도 외국인들의 주요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에버랜드의 경우 지난해 총 입장객 약 850만명 중 45만여명(약 5%)이 중화권 관광객이며 외국인 입장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초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극작을 전공하며 작가를 꿈꾸던 그가 테마파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9년 7월 완공된 롯데월드에 '동선 시나리오' 작가로 추천을 받으면서다. 김 대표는 "테마파크 기획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터라 롯데그룹에서 '동선'이라는 영화를 제작하는 줄로만 알고 회의에 참석했다가 의사소통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테마파크에서 동선이란 무엇을 구경하고 어떤 놀이기구를 타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경로를 말한다. 그는 "동선 기획은 사람들을 조정하고 지휘하는 것이 기준"이라며 "사람들의 움직임을 예측해 특정 위치에 놀이기구ㆍ먹을거리ㆍ선물가게 등을 비치하는가 하면 돌아가는 길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게 해 재방문 욕구를 극대화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했다.
멋모르고 참석한 회의가 작가 대신 테마파크 기획자라는 낯선 길로 그의 인생 경로를 바꿔놓았다. 이후 그는 전세계 주요 테마파크를 다니면서 얻은 경험으로 국내 주요 테마파크를 자문해왔으며 2009~2010년 삼성전자의 디지털 테마파크(부산 해운대) 고문을 맡기도 했다. 최근 세계 테마파크 안내서인 '테마파크는 학교다(웅진지식하우스 펴냄)'를 출간했다.
김 대표는 "국내 테마파크 역사가 짧아 연구가 부족하고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세계 유명 테마파크의 일부를 베낀 듯 옮겨놓는 경우가 많다"며 "한류 등 우리 문화가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제는 우리 테마파크도 주제를 먼저 확고히 설정한 다음 시설물을 갖춘다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테마파크 기획자에 앞서 장난감 수집가로 알려졌다. 총 300여평에 이르는 3개의 창고에는 40만여점이 넘는 장난감이 빼곡하다. 그는 "상상력의 밑천이 장난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신드롬이나 키덜트족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예술품을 수집하듯이 장난감을 모으다 보니 컬렉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난감 중에는 어른 키 높이의 로보트 태권V를 비롯해 17세기 독일에서 제작된 '노아의 방주', 1950년대 미국 양철로봇 등 희귀한 장난감들이 가득하다. 그동안 수집한 장난감으로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는 그는 "토이스토리를 현실 세계에 끌어내 공유하고 싶다"며 "건전한 놀이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채 노동 강도만 세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나이 들어가는 어른들을 위해 꿈과 희망을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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