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올해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방문 문제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취임 1주년을 맞는 그는 "2008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정부와 협의해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총장은 또 "국민의 성원에 감동을 느낄 때가 많았지만 이제는 정신적인 성원도 좋지만 정책적인 성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한국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에 걸맞게 국제 사회에서 대한 기여도를 높여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반 총장을 유엔 본부에서 만났다. 다음은 반 총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첫해를 보낸 소감은 남다를 텐데요. ▦ 아마도 지난 1년간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아니었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년간 해외에서 132일을 보냈어요. 58개국, 120여 개 도시를 방문했지요. 특히 지난 9월 유엔총회 기간 중에는 10일 동안 120여개국의 정상들과 회담했습니다. 외교부 장관시절 하루에 최고 18건의 일정을 소화했는데, 지난 9월에는 하루에 28건까지 소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1년의 어떤 일에 집중했습니까. ▦ 유엔 개혁 및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과 같은 지역분쟁 해결, 새천년개발계획(MDG) 이행과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을 제고하고, 유엔에 일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저 자신부터 솔신수범하면서 유엔 직원들을 이끌었습니다. 다르푸르 분쟁과 관련해 내년 1월부터 혼성평화유지군 파병이 시작되는 등 기틀을 마련했다고 봅니다. 특히 발리 기후변화회의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 실천의지를 담은 '발리로드맵'이 채택한 것은 자부와 긍지를 느낍니다.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스스로 평가해주시지요. ▦지난 1년 간 일하면서 성공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아직 일이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다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는 잘 닦아놓았다고 나름대로 평가합니다. 기틀을 잡아놓고 기틀을 잘 이행하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08년 유엔의 중점 추진 과제는 무엇인가요. ▦22008년은 세계인권선언 채택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높이고 인권보호를 위한 노력을 유엔차원에서 해나가겠습니다. 북한 인권문제도 국제적인 인권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뤄질 것입니다. 다르푸르 혼성평화유지군 배치문제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 한국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 세계 11대 경제대국 민주대국으로써 위치에 걸맞은 역할을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ODA(정부개발원조)를 대폭 증액한다든지 기후변화 협상과 평화유지 문제에서도 앞장서서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년간 국민의 성원은 너무나 고맙고 제가 감동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정책적인 성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 한국과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있는지요. ▦ 2007년에는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급하게 쏟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한반도 문제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지요. 하지만 취임 2년차에서는 한국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방문 문제를 현시점에서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남북관계와 6자회담 진행 상황은 물론 안보리 이사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문제인 만큼 북한방문 문제는 때를 보아가면서 검토하겠습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뭘 해야 할까요. ▦ 한국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높습니다. 세계 각국을 방문해보면 저에 대한 기대는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젠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인정을 받고 평가를 받느냐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기여도가 동명부대 파병 전에는 80위권이었어요. ODA 규모도 OECD 평균에 약 6분의 1 밖에 안됩니다. 2015년까지 GDP의 0.25% ODA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목표 자체를 그렇게 두면 국제사회에서 존경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생각이 있는지요. ▦ 유엔 회의 참석 대표단은 해당 정부에서 결정하는 문제이죠. 우리는 대개 일률적으로 정상급한테 편지를 보낼 뿐입니다. 김 위원장이 연하장을 보내왔습니다. 26일 받았는데 사인 없이 이름만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규율을 소개해 주시지요. ▦ 결제 서류를 하루 이상 넘기지 않습니다. 사무실에서 다 못 끝내면 집에서도 자료를 처리합니다. 일 하는데는 어느 정도 단련이 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유엔에 와보니 비교가 안되더군요. 평균 4시간 반 정도, 급하면 3시간 반도 잡니다. 기자회견 할 때 보면 질문이 각계각층에서 들어오는데 어떤 때는 답변이 어려운 질문도 있습니다. 늘 백그라운드와 역사를 공부해야 하니까 상당히 힘듭니다. 지금은 인사말 정도는 15개국 언어로 할 수 있습니다. 반기문 ▦1944년 충북 음성출생 ▦1963년 충주고 졸 ▦1970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 ▦1985년 하버드대 행정학석사 ▦1990~92년 외무부 미주국장 ▦2000~01년 외교통상부 차관 ▦2002~03년 주유엔본부 대사 ▦2003~04년 대통령 외교보좌관 ▦2004~06년 외무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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