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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 한마디에 국채금리 급등… 제2 긴축발작 신호탄?

"변동성 증가 익숙해져야" 발언… 美·獨 국채금리 한달만에 ↑

최근 채권펀드 투자비중 높아져

국채금리 추가로 요동친다면 시장 자금 쏠림 현상 가속화

신흥국 채권시장에 직격탄 우려


'슈퍼마리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으로 미국·유럽 국채금리가 한달 만에 다시 급등하고 있다. 유럽의 디플레이션 공포가 잦아들고 미국 경제도 올 1·4분기 부진을 딛고 회복 신호가 강해지자 투자가들은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선반영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미리 빼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채금리가 추가로 요동칠 경우 시장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며 신흥국 채권과 선진국 회사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드라기 발언에 국채시장 요동=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10bp(1bp=0.01%포인트) 급등한 2.366%로 지난해 11월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3거래일간 상승폭은 26.9bp에 달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글로벌 채권시장이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일으켰던 지난 2013년 6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이날 미 국채금리 상승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올해 안 기준금리 인상' 발언으로 고평가 우려가 큰 가운데 고용·무역수지 등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연준도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4~5월 대다수 지역의 경제활동이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고 달러화 강세, 에너지 부문 둔화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이 견실하게 유지됐거나 성장했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특히 유럽의 인플레이션율 상승과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유럽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것이 미 국채 가격마저 떨어뜨렸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무려 17bp 오른 0.888%를 기록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날 상승폭 17bp를 합치면 이틀간의 상승률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출범 이래 최대치다. 또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의 국채 수익률도 지난해 가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드라기 총재는 ECB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 유로화 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이 바닥을 쳤다"며 올해 물가 전망치를 기존의 0.0%에서 0.3%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그는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수준에서 우리는 변동성 증가 시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유로존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 대비하라는 경고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뮤추얼펀드가 긴축발작의 뇌관=일단 연준의 긴축 행보가 더딜 것으로 전망되고 드라기 총재도 내년 9월까지 양적완화 지속을 공언하면서 채권시장이 붕괴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조사 결과 '금리하락'을 예상한 응답자는 9%로 1주일 전보다 2%포인트 떨어진 반면 '금리상승'은 41%로 17%포인트나 늘었다.

최근 채권 투자가들이 대거 손실을 본 것도 우려 요인이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 국채투자 손실률은 0.8%에 이르며 올 들어 누적 수익률도 0.11%로 쪼그라들었다. 더구나 금융당국 규제로 과거 '시장조성자'였던 은행의 채권투자 비중이 낮아진 반면 채권 뮤추얼펀드와 외환거래펀드가 빈자리를 메운 것은 리스크 요인이다. 시장조사기관 리퍼에 따르면 올 들어 미 국채에 투자하는 뮤추얼·외환거래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74억8,900억달러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퇴직자 등이 투자하는 이들 채권펀드는 수익률에 민감해 조금만 손실을 봐도 썰물처럼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WSJ 등의 설명이다.

특히 선진국보다 신흥국 채권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가들은 유동성이 부족한 신흥국 회사채나 현지통화표시 국채의 만기를 갑작스레 연기해주지 않을 수 있다"며 "2013년 긴축발작 당시에도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9개월 연속 자금이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만약 2주 내에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6%까지 오를 경우 먼저 우량 회사채에서 긴축발작 당시와 같은 자금 유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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