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에서 '코끼리(우량기업) 사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150억달러 수준인 이 분야에 대한 투자규모를 300억달러(약 30조5,0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버핏은 9일(현지시간) '전기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스베이거스의 에디슨상 시상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태양광에너지 부문 등에 이미 15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150억달러를 더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버핏의 투자확대 발언은 최근 버크셔가 보험사업 등의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와 운송 등 자본집약적 사업에 초점을 맞춘 것과 맥이 닿아 있다.
현재 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BHE)는 영국에서 전력망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대호에서 텍사스주까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확장했으며 아이오와주의 대규모 풍력발전소 등을 사들였다. 특히 버크셔의 자회사인 미드아메리카에너지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25억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오는 2015년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가동될 예정이다. BHE의 자산은 올해 기준 700억달러 정도로 전 세계에서 84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가동 중이거나 계약 단계에 있는 전기 생산용량은 3만4,000MW에 달한다. 이 중 4분의1이 태양광을 포함해 풍력·수력·지열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서 만들어진다.
시장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버핏의 투자가 그동안 꾸준히 밝혔던 우량기업 사냥을 통해 이뤄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버핏이 150억달러를 관련기업 인수합병(M&A)에 쏟아 붓는다면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미 전력산업에 투자했던 15년 전 "전력사업은 부를 보전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미국 태양광 시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30% 감축을 계획하며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을 제한하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에 미태양광에너지산업협회(SEIA)에 따르면 미국의 올 1·4분기 신규 태양광에너지 발전용량은 1,330MW에 달한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79% 늘어난 것이다.
버크셔의 주주이자 버핏과 버크셔에 대한 서적을 다수 출간한 제프 매튜는 "버핏이 말하면 진짜로 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그가 말하는 대로 회사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버핏의 향후 투자방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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