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직속상관인 서울경찰청장의 지나친 실적주의 행정을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채수창(48) 강북경찰서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현오 서울청장은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의) 고문의혹 사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한 뒤 자신도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서장이 조직 내 2인자이자 직속상관인 서울지방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항명 성격의 기자회견을 연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검거에만 치중하게 몰아가" Vs "4개월 연속 꼴찌 문제" 채 서장은 양천서 고문사건과 관련, "우선 가혹행위를 한 담당 경찰관의 잘못이 크겠지만 실적 경쟁에 매달리도록 분위기를 조장한 서울청 지휘부의 책임도 크다. 이런 조직문화를 만들어낸 데 근원적 책임이 있는 조 청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선 경찰에만 책임을 미루고 지휘부가 바뀌지 않으면 양천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채 서장은 이어 "경찰은 법 집행기관이면서 동시에 인권 수호기관인데 현 지휘부가 들어오면서 검거점수 실적으로 보직인사를 하는 등 오로지 검거에만 치중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갔다"며 "현행 실적평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양천서 사건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성과가 안나왔다고 여러 차례 질책받았고 서울청 쪽에서 내가 누구와 만나고 누구와 통화하는지 사생활 조사까지 한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한 뒤 "저도 서울청 지휘부의 검거실적 강요에 휘둘리며 직원에게 무조건 실적을 요구해온 데 책임을 느낀다. 오늘 중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채 서장은 서울청의 실적주의 완화 노력에 대해 "땜질 처방으로 오히려 평가방법만 복잡해졌다"며 "조직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채 서장과 강북서는 최근 4개월간 서울청의 실적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해 서울청의 집중감찰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대 1기인 채 서장은 2007년 전북 김제경찰서장, 2008년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장, 경무과 총경을 거쳐 지난해부터 강북경찰서장직을 맡아 왔다. ◇"서울에서만 문제 불거져… 지휘부에 문제" 이에 대해 조 청장은 "채 서장은 업무에 신경을 안쓴다. 감찰을 해도 4개월 연속 꼴찌 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고 해명했다. 서울청도 `성과주의 취지 및 세부내용'이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통해 "양천서 사건은 인권의식이 모자란 극소수 직원의 잘못된 범죄행위이며, 성과주의를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 보는 시각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채 서장은 "서울청은 문제가 심각하게도 실적평가를 감찰이 하고 있다. 감찰관이 떼로 몰려다니며 모든 것을 뒤지고 압박하고… 이런 것이 소문나기 때문에 직원들이 옥죄임에서 벗어나려 실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경찰관도 "다른 지방에서는 별문제가 없는데 서울에서만 큰 사건이 터지고 있다"며 "성과주의는 전국 어디에서나 하고 있는데 서울에서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지휘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 내부의 항명 사건은 황운하 총경이 2007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택순 경찰청장이 한화 측 인사와 골프를 하고 전화통화를 하는 등 처신을 잘못했다며 퇴진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은 황 총경을 중징계할 방침이었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짓누르려 한다"는 거센 내부 반발 등에 부딪혀 감봉 3개월로 징계수위를 낮췄고, 사건은 곧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