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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학습된 무기력


태국 등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는 코끼리를 길들여서 일을 시킨다. 덩치가 사람의 몇 배나 되지만 코끼리는 아무리 힘든 일을 시켜도 주인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따른다. 어렸을 때 혹독한 조련을 받은 나머지, 주인을 거역할 수 없는 존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인 셀리그먼은 개를 이용한 실험에서 피할 수 없는 전기충격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개들은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전기충격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셀리그먼은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했다.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실제로 자신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포자기하는 것을 이른다.

동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도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면 그 일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아예 체념해버린다. 하지만 일부는 남들이 모두 안 된다고 하는 것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음란물이 그렇다. 그동안 수도 없이 단속을 벌였지만 음란물은 인터넷을 통해, 스마트폰을 타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그다지 신선하지도, 효과를 보지도 못한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한 공무원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것만은 반드시 막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가 과연 해낼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커 보인다.

음란물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얼마 전 벌어진 통영 초등학생 살해사건 용의자의 컴퓨터에서도 음란물, 특히 아동 음란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제주 올레길 살해사건 용의자 역시 음란물을 즐겨 봤다.

이제 시선을 돌려 나를 보자. 누구나 자신만의 '학습된 무기력'이 있을 것이다. 인간 관계가 될 수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 학업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있었다면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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