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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출구없는 스트레스 이렇게 풀어라

■ 경제위기와 직장 스트레스<br>'긍정의 힘'으로 이겨내야<br>직장인 70% '회사 우울증'<br>"일하는 틈틈이 재미를 찾아야"



최근 프랑스의 이동통신업체인 프랑스텔레콤에서는 지난 1년6개월동안 22명의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와 퇴직 불안을 이유로 잇따라 자살하자 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최근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통보를 받은 트루아 지방의 기술자 1명이 직원 회의 도중에 자살을 시도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직장인 자살이 잇따르자 프랑스에서 직장인 자살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77일간 파업을 벌인 쌍용차 평택 공장에서 노조원의 아내와 노조원 등이 직장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생계 걱정 등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나는 동안 고용 불안, 경제난, 업무 과다 등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 스트레스는 수면장애, 소화불량, 탈진 등을 유발하는 만큼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몇년새 경기 침체로 인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스트레스 질환은 큰 폭으로 늘었다.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6만6,000명이던 스트레스 질환자가 지난해엔 10만 1,000명으로 급증했다. ◇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직장 스트레스 더 키웠다 안산 반월공단의 금형업체에서 근무하는 김석필(40ㆍ이하 가명) 씨는 불안한 회사 사정 때문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든 데다 연초부터 심심치 않게 떠도는 감원 소문을 들을 때면 행여 윗사람에게 밉보여 감원 대상이 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일주일에 2~3번은 야근을 한다. 김 씨는 “사장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 직원은 가차 없이 내보낼 거라는 말을 수시로 하고 있어 불안한 마음에 눈 도장이라도 찍으려고 야근과 휴일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해온 이홍준(52) 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에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2년여 임기가 남은 시기에 서울에 근무하던 그에게 회사가 예고 없이 지방 발령을 낸 것이다. 이 씨는 경제 상황도 어렵고 구조 조정 압박도 심했던 터라 살아 남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자고 다짐하지만 연고도 없는 지방에서 지내야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에서 디자인 업무를 하는 서연미(35) 씨는 지난 몇 달간 회사가 실시한 구조조정 때문에 두발 뻗고 잠을 잔 날이 거의 없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동료보다 먼저 출근하고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하는 것은 물론 갖가지 궂은 일도 도맡아 했다. 덕분에 감원 대상 리스트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아이 양육을 친정 엄마한테 맡겨 놓고 살다 보니 가정 생활은 엉망이 됐다. 경제 위기로 인해 회사 상황이 열악해지고 일자리 불안감도 커지면서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우울증’이란 일본의 저명한 스트레스 연구자인 와세다대 고스기 쇼타로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로, 회사 밖에서는 활기차지만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최근 잡코리아가 직장인 6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4.4%(466명)가 회사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49.9%)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 기혼 남성 직장인 3명 중 2명은 경기 불황으로 인해 가출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30대 이상 기혼 남성 직장인 366명을 대상으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6.4%가 경기 불황으로 ‘가출에 대한 충동을 느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30대(64.1%)와 40대 이상(72.0%)이 가출 충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직장내 불편한 대인 관계는 스트레스의 온상 대기업에서 비서로 근무하는 진여진(26) 씨는 말단 직원의 서러움을 토로한다. 진 씨는 “선배들이 잘못한 일인데도 막내라는 이유로 내가 모든 잘못을 뒤집어 쓸 때는 너무 속상하다”며 “매일 몇 번씩 사표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는 권기순(35) 씨는 몇 년 전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자다가도 악몽을 꾼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고객사를 만난 탓에 2번이나 유산을 했던 그녀는 당시 회사를 떠나야 했다. 다행히 출산을 하고 아이가 돌이 지나면서 같은 회사에 재취업했지만 지금도 밉상인 고객사를 만나면 겁부터 난다고 그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다. 유명 리조트 업체에서 최근 다른 업체로 자리를 옮긴 한민우(30) 씨는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상사에다 리조트 분양이 안 되자 사무직 직원에게도 영업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도저히 직장 생활을 계속할 엄두가 안 나 미련 없이 회사에 사표를 냈다. 회사를 옮긴 지금은 자신의 업무에만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이라서 맘이 편하다.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이준우(34) 씨는 “여자 상사가 한 명 있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사사건건 간섭하고 때로는 개인적인 전화 통화 내용까지 엿듣고 끼어들곤 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예 사무실 전화를 핸드폰으로 연결시켜놓아 상사의 간섭을 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양성은(25) 씨는 국장에 대한 불만이 크다. 그는 “여자라는 이유로 국장이 사적인 심부름까지 시킬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아무 대꾸도 못하고 커피 심부름이나 우체국 심부름 등을 하는 나 자신을 보면 비참한 기분까지 든다”고 했다. 이처럼 직장 생활이 녹록지 않다 보니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하늘의 별 따듯’ 직장을 구하고도 스트레스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취업 포털 커리어가 1년 미만 신입 직장인 6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구직 스트레스보다 직장 스트레스가 더 높다고 답한 응답자가 46.7%로 절반에 육박했다. 무엇 때문에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느냐는 질문에는 대인 관계가 1위에 올랐다. 커리어가 직장인 1,47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3%가 직무보다 대인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복수응답)으로는 65.9%가 상사, 동료(38.1%), 사장(21.0%), 부하직원(14.9%) 순으로 꼽았다. 대인 관계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복수응답)은 불합리한 업무지시가 54.1%로 1위를 차지했으며 잘못에 대한 책임 회피(42.3%), 모멸감을 주는 언행(30.1%), 남에게 묻어가려는 안일주의(28.8%) 등이 지목됐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사표를 던지고 싶은 충동에 이끌리기 일쑤다.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9%(1,687명)가 사표를 내고 싶은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했다. ◇ 스트레스, 무조건 풀어야 산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안에 따른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최선의 방법을 ‘긍정의 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애스퍼런트의 숀 아처 대표가 “일상을 긍정적으로 대할 때 탄력과 에너지가 생기고 다른 이들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아처 박사는 직장에서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고마운 일을 찾아라 ▦일하는 틈틈이 재미를 찾아라 ▦업무 환경을 밝게 꾸며라 ▦‘걱정 노트’를 만들어라 ▦사람에 투자하라 ▦마라톤보다는 단거리 주자가 돼라 등6가지를 제시했다. 아처 박사는 “부정적인 느낌을 글로 쓰게 되면 걱정거리가 객관화돼 크기가 반감된다”는 신경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언어화해 떨쳐내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주위 환경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 스트레스를 업무의 추진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게 긍정적인 생활을 지속할수 있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도 스트레스는 초기 단계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치료 기간도 짧고 효과도 높다고 설명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 초조, 우울할 때에는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 일상 생활의 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덜어주어야 한다는 것. 또 스트레스가 두통, 위장장애, 식욕 부진 등으로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진행됐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약물을 도움을 받으면서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과 이문수 교수는 “직장인들이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완벽함을 요구하다 보면 스트레스와 불안, 긴장으로 건강을 해치고 더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완벽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실패를 두려워 말고 현명하게 포기와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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