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공천 내홍이 확대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24일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나라당 수도권 공천자들이 4ㆍ9총선 공천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공천 불출마를 요구한 데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반응할 경우 그동안 지켜왔던 '공천 불개입' 원칙을 뒤집는다. 또 정국의 '뜨거운 감자'가 된 이 부의장의 총선 출마 의지가 확고한데다 불출마를 설득할 명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여론의 향배와 한나라당 내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장 전날 공천자들의 '반란'에 깊숙이 개입한 한 측근 의원에게 섭섭한 감정을 전달했으며 또 돌연 청와대를 찾아 이 부의장과 동반 불출마를 요구한 이재오 의원 측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 의원이 작심하고 이 대통령과의 면담 사실을 사전에 흘리고 들어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이 의원이 대통령을 향해 여론을 이용한 '압박 전술'을 사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불쾌감 속에서 청와대 내부 기류는 "후퇴(이 부의장 불출마 수용)가 해결책은 아니다"라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 부의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불출마의 명분과 실익이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강재섭 대표의 총선 불출마, 이 의원의 청와대 방문 등 급박하게 진행된 일련의 과정들을 내부적으로 정리하면서 이번주에 열릴 강 대표와의 당ㆍ청 회동에서 내놓을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가 걱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부의장이 불출마하게 될 경우 총선 후 구성될 18대 국회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정치 참모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원외에 있는데다 청와대의 정무기능 또한 예전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내홍 사태가 장기화되면 총선의 과반 목표에 지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는 각종 여론과 한나라당의 흐름을,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한 한나라당 내의 세력들은 청와대의 기류를 보고 있는 어정쩡한 형국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