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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5억 가로챈 사기꾼

유령회사 내세워 지자체 속이고 재계 인사와 친분 과시<br>검찰, 40대 사업가 구속

세계적인 대체에너지 회사의 이름을 모방해 세운 유령회사로 주변 사람들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속인 '글로벌' 사기꾼이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조상철 부장검사)는 국내외 지자체와 태양광 사업을 추진한다면서 지인인 최씨로부터 투자금 5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사업가 이모(49)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0년 미국 뉴욕주를 기반으로 한 대체에너지 회사 UGE(Urban Green Energy Inc)와 유사한 이름으로 유령회사 UGE(Ultimate Green Energy)를 미국에 세운 뒤 진짜 UGE와 업무상 협력체계를 구축해 아시아 지역에 설비를 공급하고 있다고 사람들을 속였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위조된 영문 양해각서를 사실인양 보여주기도 했다.

그 후 이씨는 같은 해 12월 전라남도 및 나주시와 손을 잡고 나주시 문평전자산업단지에 100억원을 투자하거나 대체에너지 기술을 이전하겠다는 조건 하에 지자체의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약속도 받아냈다.

이씨가 유령회사의 모델로 삼은 회사 UGE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동시에 가능한 가로등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던 곳이다. 또 풍향이 수시로 변하거나 풍속이 약해도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소형 수직형 풍력발전기(VAWT) 제품을 미국과 프랑스 등 전세계 100여국에 판매ㆍ설치한 회사다.

지자체마저 걸려든 투자협약서(MOU)에 피해자 최씨도 속아넘어갔다.

이씨는 최씨에게 "전라남도ㆍ나주시와 합작해 대체에너지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다 중국 베트남 등의 지방정부에서도 태양광 에너지 발전소 시설공사 주문을 받은 상태"라며 아무것도 없는 회사의 실체를 부풀렸다.



또 그는 이듬해 6월 "이 회사를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니 나에게 5억원을 투자하면 원금의 2~3배 수익을 낼 수 있게 해주겠다"며 최씨를 꾀어 투자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또한 이씨의 사기행각에는 자신이 미국 변호사이며 유명 금융회사 산하 연구소장,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F사 고문을 지냈다는 점도 빠지지 않았다. 이씨는 자신이 재계에서 활동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LG그룹으로 시집간 이건희 회장의 누이 이숙희씨와 친분을 쌓았다고 해왔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앞서 그는 2007년 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중원씨 등과 공모해 코스닥 상장사인 뉴월코프를 자기자본 없이 인수한 뒤 주가를 폭등시켜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지명수배된 상태였다.

신분을 감춰야 할 상황이 다가오자 이씨는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에콰도르와 영국 여권을 위조해 총 여덟 차례 출입국에 활용했으며 2011년 7월 영국 여권으로 입국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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