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적대던 신기시장은 2000년 들어 주변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위기를 맞았다. 환경개선 공사를 하고 이벤트·할인행사로 명성을 되찾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이렇듯 힘들었던 신기시장에 고객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부 환경만 핑계 대지 않고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살길을 찾은 것이다.
상인들은 대형마트를 무작정 따라 하는 대신 전통시장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조선시대 화폐인 상평통보를 본뜬 전통시장 상품권인 '신기통보'를 유통시키고 이것저것 끼워주는 '덤' 문화를 관광상품화한 것이 그 결과물이다.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보려는 외국인들의 취향을 고려해 만두 한 개, 전 반 접시 등 맞춤형 먹거리 상품까지 개발했다. 이렇게 노력했으니 인천공항의 환승투어 코스에 포함되고 외국인 관광객의 단골 여행지로 탈바꿈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만하다. 전통시장만의 장점을 살리면서 스토리·콘텐츠를 더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신기시장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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