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지난 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상하원 의장에게 한미 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야당은 이 서한에 ISD 폐기를 비롯한 10개 요구 사항을 담았다. 미국 정부가 이 항목을 재협상하지 않으면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으름장도 놓았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발효 이전에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수정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19대 국회와 정권교체를 통해 폐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여당은 앞선 정권에서 추진하고서 지금 와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해 한미 FTA가 총선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도 ISD 재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사실 ISD 재협상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하겠다고 공언했고 국회에서도 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야당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ISD에 대한 재협상은 FTA 발효 후 서비스투자위원회를 만들어 하기로 했다"며 "그 문제를 존중하고 그대로 하려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는 양국 정부 대표로 구성되며 첫 번째 회의는 한미 FTA 발효 후 90일 이내에 열린다. 이 위원회에서 ISD의 수정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한미 공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수정된 내용대로 두 나라가 이행하게 된다.
정부는 서비스투자위원회 회의에 앞서 업계와 각계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구할 방침이다. 박 본부장이 언급한 TF도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이 같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우리 측이 제시할 의제를 준비하는 조직이다.
관건은 ISD 재협상 논의의 수위와 내용이다. 야당과 진보시민단체들은 공공정책의 침해, 분쟁 해결 절차의 편파판정, 사법주권 훼손 등을 이유로 ISD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ISD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투자가 더 많기에 ISD가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정부 측의 논리다.
다만 단심제를 재심제로 바꾸거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절차적인 문제를 따지는 것이라면 재협상에 나설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교섭본부의 한 관계자는 "재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개선의 여지, 절차 문제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재협상시 협의할 구체적인 의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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