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박물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 '현대건축의 꽃'으로<br>세계적 건축거장 개성 뚜렷한 '리움'은 시각적 즐거움의 극치<br>숲·자연과 하나된 의재미술관… 기품있는 한폭의 수묵화 같아<br>탄허대종사기념 박물관은 모던함·사찰의 경건함 어우러져
|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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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재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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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ㆍ박물관을 보면 도시가 보인다. 특히 현대미술관의 경우 그 도시의 문화 수준을 가늠케 해주는 잣대다. 뮤지엄 건축이 현대건축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지난 20년간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뛰어난 박물관ㆍ미술관 건축을 발굴해냈다.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아름다운 박물관ㆍ미술관은 무채색의 도시 경관에 다채로운 감성을 더하며 때로는 교양ㆍ문화를 함양하기 위한 공간으로, 때로는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우리 곁을 머문다.
◇그 자체로 예술작품, 미술관=미술관은 '예술'로서의 건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건축물이다. 소장품에 견줄 만한, 혹은 소장품을 압도할 만한 '예술작품'을 선보이고자 하는 건축가들의 욕망이 빛을 발하는 공간이다.
지난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의재미술관(설계자 조성룡)은 한국 남종화의 대가였던 의재 허백련의 작품들을 품고 있다. 나무와 유리, 회백색의 노출콘크리트로 이뤄진 단아한 모양새는 기품 있는 의재의 수묵화와 느낌이 꼭 닮았다.
광주 무등산자락에 자리잡은 건물은 '자연 속의 미술관'이라는 별명답게 주위를 둘러싼 자연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등산로의 지형적 요건을 그대로 살리고 주위 산세와 숲의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건물의 공간을 위치했다.
2005년 특선한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은 미술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움은 렘 콜하스(네덜란드), 마리오 보타(스위스), 장 누벨(프랑스)이라는 세계적인 건축 거장 3인의 개성이 뚜렷하게 발현된 3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흙과 불을 상징하는 테라코타 벽돌로 우리나라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고미술센터(마리오 보타), 부식 스테인리스스틸과 유리를 사용해 첨단미술을 표현한 현대미술관(장 누벨), 블랙 콘크리트를 사용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미래적 건축공간을 구현한 아동교육문화센터(렘 콜하스) 등은 그야말로 시각적 즐거움의 극치를 선사한다.
이밖에도 인사동에 위치한 서미갤러리(2000년 본상), 덕원갤러리(2004년 우수상), 가나아트센터(2000년 입선), 아트선재센터(1998년 입선) 등은 저마다 독특한 외관과 전시품을 돋보이게 하는 기능적인 설계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억을 담는 그릇, 박물ㆍ전시관=주제가 있는 박물관ㆍ전시관은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는 건축을 구현하는 것이 과제다.
2010년 대상 수상작인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은 현대 건축물의 모던함에 전통 사찰 특유의 경건함이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선사한다. 박물관이라는 전시공간에 강학공간ㆍ불당 등의 기능을 접목시킨 것이다. 3층 규모의 직사각형 건물은 언뜻 모던한 느낌을 주지만 불교 경전으로 뒤덮여 있다. 2층 대강당은 경쾌한 현대의 느낌을 주지만 3층의 예불공간과 건물 외부의 단청 등을 통해서는 전통 사찰의 경건함이 느껴진다.
1993년(2회) 본상 수상작인 '국립부여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는 백제 유물을 돋보이게 하는 건축 디자인을 선보인다. 보물 제194호인 부여 석조를 가운데 놓은 팔각형 중정을 중심으로 각 전시실이 빙 둘러섰다. 위쪽으로는 기와를 얹어 예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포스코역사관(2003년 본상)'은 포스코 창립 35주년을 맞아 포스코의 역사ㆍ정신ㆍ기업문화ㆍ비전을 주된 전시 테마로 설계됐다. 세계적인 제철회사로 성장한 기업의 현재를 표현하기 위해 콘크리트 대신 1,300톤의 철, 15㎜의 강화유리를 사용해 역동적인 구조미와 강직한 기업 이미지를 표현했다.
청계천 끝자락에 위치한 '청계천문화관'은 청계천의 맑은 물흐름을 떠올리게 하는 내외관 디자인으로 2006년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푸른 하늘과 맑은 물, 남산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1층까지 거슬러 내려오며 청계천의 역사, 사업 과정 등을 물 흐르듯 막힘 없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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