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방한<br>꿈의 신소재 그래핀 연구 괄목상대<br>처리속도 높인 전자소자 구현 성공<br>한국은 과기 거점國… 초빙땐 고민
| 지난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장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가 7일 오후 울산과학기술대(UNIST) 본관 중회의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UNIST |
|
"한국은 기술이 매우 강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바라볼 때 한국은 응용연구에 다소 치우쳐 있다는 느낌입니다.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기초원천연구에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지난 2010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7ㆍ사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가 방한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수상한 지 1년 내에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우는 그래핀(graphene)을 흑연에서 처음 분리해낸 공로로 지난해 스승인 안드레 가임 교수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노보셀로프 교수는 7일 울산과학기술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벨상은 기존 기술을 개선한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발견이 있을 때 준다"며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를 할 때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중 무엇을 중시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핀은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화학에서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인 'ene'를 결합해 만든 용어다.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빨리 전류를 전달하며 강철보다 200배 강하면서도 신축성이 좋아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그래핀의 존재는 1947년 캐나다의 한 학자가 "여러 층의 탄소로 이뤄진 흑연을 한 층만 분리해 내면 독특한 물리적 성질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7년 뒤인 2004년 가임과 노보셀로프 교수가 흑연에 스카치 테이프를 떼었다 붙이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세계 최초로 분리해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스카치 테이프로 그래핀을 분리하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냈느냐는 질문에 "단원자층 재료를 만들기 위해 여러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면서 "스카치테이프를 활용하는 방법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표면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일반화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핀 연구에서 자신과 필적할 만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김필립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해 그는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 좋은 동료이자 친구이며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쟁하는 관계"라면서 "충분히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데 (같이 수상하지 못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현재 그래핀의 특성 연구와 함께 다른 종류의 2차원 재료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최근 그래핀과 보론 나이트라이드(B-N)를 결합해 처리속도가 빠른 전자소자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B-N도 흑연과 유사한 육각형의 적층 구조를 지녀 매우 단단한 물질로 최근 김 교수가 일본 학자와 함께 단원자 층을 얻는 데 성공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우리도 B-N의 단원자 층을 얻기 위해 시도했지만 실패했는데 김필립 교수가 성공해 그 방법을 쓰고 있다"면서 "그래핀과는 처지가 바뀌었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핀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노보셀로프 교수는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그래핀과 같은 훌륭한 재료를 실제 응용하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면서 "그래핀의 도체 성질을 이용하거나 투명전극(광학적 소자)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는 2년 내로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조성돼 초빙 제의를 받는다면 한국에 올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보셀로프 교수는 "지금 맨체스터에서 매우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만 정식 제안이 온다면 고민해보겠다"면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이 중요 거점 국가이기 때문에 (제안을 받으면) 깊이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그리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다고 고백한 노보셀로프 교수는 노벨상을 꿈꾸는 청소년들과 젊은 이공계 학생, 연구자들에게 먼저 연구를 즐길 것을 제안했다. 그는 "노벨상을 꿈꾼다면 남들이 이미 해놓은 것을 따라 하거나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면서 "자신의 연구를 즐기지 않으면 성공할 확률은 제로(0)이며 이는 과학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공동연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연구냐에 따라 다르지만 연구 공동체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많이 배우기 때문에 공동연구가 중요하다"면서 "그래핀을 발견한 뒤 우리만 연구할 것인지, 모두에게 공개해서 함께 연구할 것인지 고민했는데 공개를 통해 많은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하면서 (짧은 시간에) 그래핀 연구가 크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원전 안전성이 도마에 오른 데 대해 노보셀로프 교수는 "굉장히 비극적인 일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작은 일이라고 본다"면서 "원전을 계속 지을지에 대해 미국과 유럽 각국이 고민하고 있지만 원전은 매우 유용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러시아 출신으로 물리학ㆍ수학 분야의 최고 권위 공과대학인 러시아모스크바국립과학기술대(MIPT)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네이메헌 라드바우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안드레 가임과 함께 공동연구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 정교수로 임명됐다.
■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1974년 러시아 니즈니타길 ▦러시아모스크바과학기술대(MIPT) 졸업 ▦네덜란드 네이메헌 라드바우드대(박사) ▦영국 멘체스터대 물리학과 교수 ▦2008년 유럽물리학상 수상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