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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프런티어
입력2004-12-19 16:45:40
수정
2004.12.19 16:45:40
최태지(정동극장극장장)
요즘 우리 극장은 내년 공연준비로 한참 바쁘다. 특히 오는 2005년은 정동극장이 개관 10주년을 맞는 해로 그 축하 프로그램 중 하나가 10명의 창조적인 아티스트의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다. 10주년을 앞두고 극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그 무대에 서는 젊은 아티스트들로부터 뜻밖의 영감을 얻게 됐다.
특히 내년 1월에 공연하는 양방언과 김용우의 음악은 필자로 하여금 문화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양방언은 재일교포 출신의 음악가로 ‘아시아의 야니’라고 불릴 정도로 지명도가 높은 뉴에이지 아티스트이며 김용우는 우리 민요와 세계음악을 접목하는 월드뮤직 음악가이다.
놀랍게도 그들의 음악에는 우리 음악의 독창성과 세계음악의 보편성이 절묘하게 결합돼 있었다. 정통 국악에서 뽑아낸 한국적 음악 코드가 세계인의 언어로 멋지게 번역돼 있는가 하면 거꾸로 세계음악의 트랜드가 한국적으로 흥겹게 재해석되기도 하는 등 그들의 음악은 우리의 정수를 잃지 않으면서도 국적을 뛰어넘는 코스모폴리탄의 언어 그 자체였다.
정동극장이라는 문화의 그릇에 앞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지 고민하던 필자에게는 두 음악가의 시도가 복음처럼 다가왔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 프런티어’의 개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프런티어란 미지의 세계이자 새로운 가능성이다. 물리적인 프런티어는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문화 프런티어는 사람들 마음 속에 있다. 두 음악가가 제시하는 것은 단지 음악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의 비전이었다. 그 비전을 통해 그들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미지의 세계와 새로운 삶의 가능성, 즉 프런티어로 통하는 문을 열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정동극장은 문화를 일반 시민의 삶 속에 확산시키는 친근한 메신저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문화ㆍ예술을 통해 새로운 삶의 비전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문화 프런티어의 역할을 수행해야 겠다는 마음이다. 특히 청년실업자가 넘치고 경제전망까지 어두운 요즘 필자는 문화를 전달하는 공연장이 해야 할 미래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경제가 어려워 주머니가 가벼워질수록 마음만은 새로운 가능성의 프런티어가 돼야 한다. 그렇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영감과 비전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문화ㆍ예술 공연장이 해야 할 일 아닐까.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했던 유명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프런티어란 약속된 미래가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도전이 기다리는 곳이라고. 정동극장은 앞으로 문화라는 수단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 프런티어를 넓혀가는 특별한 공연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영감과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 힘든 도전만이 가득하더라도 즐겁게 받아들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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