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인도가 경쟁적으로 주변국들과의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다. 양국이 과거 역사 문제, 영토분쟁 등으로 관계가 껄끄러웠던 국가들까지 끌어안으며 세 확장에 나서는 것은 최대 소비시장을 무기로 경제영토를 넓히고 아시아를 벗어나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과 일본은 베이징에서 3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양국은 그동안 역사인식 문제, 남중국해 분쟁 등으로 갈등이 고조되면서 만남을 미뤄왔지만 경제적 공조에 대한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회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과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일본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와 아시아 인프라 구축 확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아소 재무상은 당장 AIIB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AIIB라는 하나의 안이 나온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으며 러우 부장도 "AIIB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일본의 가입을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양측은 아시아 지역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달 아베 신조 총리가 공언한 대로 일본은 아시아 인프라 개발에 향후 5년간 총 1,100억달러(약 122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중국도 AIIB를 통해 적극적으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금융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위안화와 엔화의 직접 거래 추진 가능성을 열었다. 러우 부장은 "중국과 일본의 관계개선에 속도가 붙었다"며 "관계를 계속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동력을 주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도 중국의 행보를 견제하며 주변국 포섭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올 들어 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을 잇달아 방문해 국경분쟁 등으로 악화됐던 관계를 개선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모디 총리는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를 만나 국경협정 비준서를 교환하고 추가 의정서를 체결, 40여년간 끌어온 양국 간 국경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 협정을 통해 양국은 영토경계를 명확히 하는 한편 수만 명의 주민들이 국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모디 총리는 방글라데시 화력발전소 건설에 50억달러를 투자하고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2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2월 모디 총리는 28년 만에 처음으로 스리랑카를 찾아 경제 분야 협력을 공고히 했다. 과거 스리랑카 내전으로 양국은 소원한 관계에 있었으나 모디 총리는 경제적 지원과 교류 확대로 스리랑카를 달랬다. 인도는 스리랑카 철도 건설에 3억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150만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또 관광비자 발급 확대, 안보·농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모디 총리는 "양국 관계에서 경제적 유대가 핵심"이라며 "스리랑카가 우려하는 무역수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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