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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지켜야 하는 이유

지키고 보는 김기용



흑19에서 흑23까지는 싸움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다. 백24로 마늘모 행마를 한 것은 고심의 한 수였다. 제일감은 참고도1의 백1이지만 그것이면 흑은 2로 응수할 것이 뻔하다. 이때 백이 난처하게 되는 것이다. 우변을 향해 계속 뛰어나가 보았자 적군이 미리 길목을 지키고 있는 터이므로 즐거운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기용은 백26, 28로 제자리에서 사는 길을 선택했다. “현명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백이 나쁘지 않아요.”(이춘규) 이춘규3단이 이날 타이젬의 생중계 해설을 맡았다. 김기용과 똑같은 허장회도장 출신. 1989년생으로 김기용보다 3년 연하. 작년에 하이트진로 소속으로 한국리그에 출전하여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금년에는 이세돌의 소속 팀인 신안천일염에 영입되었다. 훤칠한 키에 시원한 외모를 지녔고 패션 감각과 유머를 갖추어 여류기사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세돌이 흑35로 굳히자 김기용은 8분의 시간을 썼다. “작전의 기로입니다. 저 같으면 좌상귀 방면을 입체적으로 키우고 싶은데요.”(이춘규) 그가 제시한 그림은 참고도2의 백1, 3이었다. 중원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유력한 구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잠시 후 김기용이 선택한 수는 백36으로 지키는 것이었다. “허황한 중원키우기보다는 이렇게 지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본 모양입니다.”(이춘규) 하기야 김기용의 바둑은 원래 공격보다 수비를, 스피드보다 내실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니 백36의 수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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