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취했을 때 아름다운 사람을 최고로 칩니다. 흥취가 솟아났는데도 부드럽고 조심스럽다면 그 사람은 진짜입니다. 그런 사람은 꼭 붙들고 평생 친구로 지내야 합니다. 그런 친구 있나요? 저는 몇 명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함께 안 마실 수 있겠어요. 아름다운데."
4년 전 발간한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를 통해 30종 바다 물고기를 잡는 법, 맛깔나게 먹는 법, 다루는 법을 소개하며 독자들의 '침샘'을 자극했던 바다의 작가 한창훈이 이번에는 '술잔' 기울이게 하는 신간을 내 놓았다. 거문도에서 태어나 지금도 여전히 바다를 무대로 사는 그는 '오직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상'을 차려냈다. 보리멸,숭어,참치,쥐치,전복 등 먹거리에 대한 군침 도는 묘사력은 여전하다. 특히 이번 책은 바다를 보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다독여 담았다.
"세상이 감옥이나 수도원같이 느껴질 때 사람들은 술을 마신다"고 하는 저자 자신은 "그러나 아름다운 감옥이다. 술도 마시게 해준다. 그래서 스스로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바다의 술꾼들은 일하다 배고파도 소주를 마시고, 외로워도 잠이 쏟아져도, 시비가 붙거나 싸움이 나도, 여자 생각이 간절해도 소주를 마신다. 그들에게 술은 동반자다.
'자산어보'는 조선 후기 문인 정약전이 유배 중이던 흑산도에서 1814년 집필한 일종의 어류 백과사전이다. 전작 '내 밥상…'은 이번 신작 출간에 맞춰 개정판으로 나왔다.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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