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주택거래 비수기임에도 분당ㆍ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전셋값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수평증축을 통한 리모델링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매매 거래 실종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오히려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당과 일산을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재계약 과정에서 세입자들에게 수천만원씩 오른 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 정자동 I공인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인근 판교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분당의 전셋값이 많이 하락했다"며 "최근 재계약 과정에서 집주인들이 주택 대출금 상환 등을 위해 재계약 때 3,000만~4,000만원씩 높여 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산신도시에서도 전셋값을 높여 떨어진 집값이나 대출 부담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산 마두동 Y공인 관계자는 "공급면적 105㎡의 시세가 3억4,000만원선이지만 일부 급매물은 로열층임에도 3억1,000만원선에 나오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이라도 높여 손실을 만회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전세 수요가 적체된데다 대부분 재계약을 선호하다 보니 매물이 없어 대부분 집주인들이 원하는 가격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분위기다.
이 지역 K공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셋값이 매매가의 50~60%선이면 임차인이 매매에 나서곤 했지만 지금은 70%에 달해도 주인이 원하는 대로 전셋값만 올려주고 매수에 나서는 사람들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분당신도시 전셋값은 0.1%, 일산은 0.03%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전셋값 변동률 '0'을 웃도는 상승률이다.
일산에서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김모(38)씨는 "전셋값이 갑자기 높아지지만 선뜻 집을 사기도 겁난다"며 "일단 대출을 받아서라도 재계약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폭이 큰 일산ㆍ분당 등에서 장기적으로 전셋값이 더욱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집값이 많이 하락했다고 해도 전셋값은 그만큼 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전세가율은 실수요자에게 의미가 없는 수치"라며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전셋값은 당분간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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