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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형 로펌들이 한국에 진출해 시장을 잠식하는 것보다는 전체 법률 수요가 늘지 않는 상태에서 법조인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변호사 업계 위기감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41기생과 변호사자격 취득을 앞둔 1,500여명의 로스쿨 졸업생들을 합치면 올해에만 2,500여명의 신규 법조인들이 배출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률시장의 수요는 현실적으로는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41기 연수생 5명중 3명은 수료하는 날까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법률전문가로서 청운의 꿈을 품고 입학한 로스쿨 졸업생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오욱환(52ㆍ사법연수원 14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로스쿨 설립당시에 서울변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분명히 반대했지만 정부는 앞으로 기업에 많은 법률가가 필요하고 이를 공급하려면 로스쿨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로스쿨제도를 시행했다"며 "반면 지금 사회는 왜 이렇게 많은 법조인을 양산했는지, 왜 이들의 취업 문제까지 사회가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 것인지 되묻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특히 정부가 준법지원인의 도입 범위를 자산 3,000억원 이상에서 5,000억원 이상 상장회사로 축소한 결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오 회장은 "로스쿨 도입 당시에는 기업들이 법률가가 많이 들어와야 준법경영이 되고 이로 인해 대외 신인도도 높아지고 국가 경쟁력도 향상된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하지만 이제 로스쿨 졸업생들이 사회로 진출할 시기가 되니까 '기업이 봉이냐'며 태도를 확 바꿨다"고 꼬집었다.
오 회장은 정부 스스로가 대량의 법조인들을 배출하고 법조인들의 활동분야는 오히려 축소시키고 있다며 준법경영과 법치주의 확산이라는 명분 하에 무리하게 도입된 로스쿨 제도의 실효성 자제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스쿨은 유지하되 일반 국민들이 로스쿨 졸업생과 함께 법조 입문에 도전할 수 있도록 로스쿨 졸업생을 위한 변호사 자격시험과 현행 사법고시제도를 단일화하는 형태로 사법시험제도를 존치시켜야 한다"면서 "합격자의 인원도 시장의 논리에 맞게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 취임 이후 서울변회는 기업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면서 잘못된 활동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사업장 공정에서 백혈병 유발인자인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 발암물질이 노출됐다고 공식 발표하자 기업들에게 근로자들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변회는 반도체 공정에서 백혈병 등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최선의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서울변회는 삼성생명보험 등 생명보험 이자율 담합을 주도한 3개 보험사를 상대로 공익소송 형태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정부와 정치권에게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재벌 친화적 경제제도 폐지 등 경제민주화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요구하기로 했다.
오 회장은 "올바른 얘기를 하면 기업들이 귀를 기울어줘야 하는데, 전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기업들이 올바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등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국회에 법조인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국회에 법조인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법에 대해 잘 알고 규범의식을 갖추고 있는 법조인의 숫자가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나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한자를 봐도 법(法)자하고 겁(怯)자하고 비슷하게 생겼다"면서 "법을 너무 잘 알기에 위법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처벌될 지 알아 겁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오욱환 회장은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지난 99년 대한변협 공보이사를 시작으로 대한변협신문 편집인과 대한변협 총무이사 사무총장 등 다양한 직책을 담당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법조계에서는 비주류로 여겨지는 대학 출신에다 재조 경험도 없어 주변에서는 출마를 반대했지만 이런 소중한 자산은 그가 지난해 서울변회 회장에 도전하는데 든든한 배경이 됐다. 과거에 '기획통'이나 '아이디어 맨'이라는 평을 받았던 그는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서울변회 운영에도 자신감을 갖고 소신있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 그는 '단지 법조인이라는 직업이 먹고 사는 데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법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할 정도로 평소 가식이 없다. 법조인으로서의 길이 행운의 연속이었다고 자평하면서도 모든 것을 아내의 공으로 돌리는 애처가이도 하다. |
▦1976년 수성고 ▦1981년 성대 법대 ▦1986년 성대 대학원 민사법 석사 ▦1996년 성대 대학원 회사법 박사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 ▦1999년 대한볍협 공보이사 ▦2007년 성대 겸임교수 ▦2011년~현재 제91대 서울지방변회사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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