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띠는 결단력 있고 정열적이며 덕을 쌓으면 많은 사람 위에 설 수 있다고 한다. 두명의 호랑이띠 골프 스타가 '그린의 제왕'을 노리며 눈을 빛내고 있다. 2009년 한국프로골프(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상금왕을 차지한 배상문(키움증권)과 서희경(하이트)은 공교롭게도 1986년생 호랑이띠 동갑내기다. 2009년 말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 이들을 그에 앞서 만났다.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들은 독자와 골프 팬들에게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내 띠랑 같은 해라서 그런지 괜히 예감이 좋습니다." 특유의 걸걸한 대구 말투에서 유난히 더 많은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배상문이 받는 좋은 느낌은 단지 호랑이 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2009년 KPGA 정규투어 5번째 시즌을 치른 그는 한 단계 성장한 듯했다. "특히 한국오픈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드라이버 샷 슬라이스가 났고 매일 경기가 끝난 뒤 늦게까지 연습을 했지만 샷이 여전히 흔들려 고생했지요. 샷이 최악일 때 그것을 극복하고 우승하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잘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골프를 시작하고 출전했던 모든 대회 가운데 가장 의미가 컸습니다." "(각각 3ㆍ4라운드까지 선두였던) 금호아시아나KPGA선수권과 힐튼남해오픈에서 우승을 놓친 게 아쉽다"는 그는 겨울 동안 약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지난 2009년 12월26일 미국으로 날아간 배상문은 특별한 '선생님'과 열흘 정도 함께한다. 선생님은 바로 최경주(40ㆍ나이키골프)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최경주의 집으로 초대 받은 배상문은 "최 선배님 특기인 벙커 샷과 경기 운영 요령, 라운드 때 마음가짐과 행동 하나하나, 말솜씨까지 되도록 많은 것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코치를 만나 스윙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퍼팅의 기복을 줄이는 연습 방법을 익힐 계획이다. 이 젊은 호랑이는 새해 4마리 토끼를 쫓는다. 한국오픈 3연패와 3년 연속 KPGA 상금왕 달성, 그리고 일본투어 시드권 유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통과 등이다. 한국오픈 3연패는 한장상(1964~1967년, 1970~1972년) 이후 한번도 나오지 않았으며 3년 연속 상금왕은 9차례 상금왕에 올랐던 최상호(55ㆍ카스코) 등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올해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 2008년 Q스쿨 최종전까지 올랐으나 87위에 그쳐 고배를 들었던 배상문은 "한국오픈 3연패를 이룬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찍 준비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 시즌 초반부터 샷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라이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동갑내기 이승호(24ㆍ토마토저축은행)는 샷이 좋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게 강점이고 김대섭(29ㆍ삼화저축은행) 선배는 퍼팅을 워낙 잘한다"고 답했다. "개인적으로는 여자프로골프처럼 짱짱한 라이벌 구도가 생겨야 투어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형에 대해 "여자친구는 있으면 좋겠지만 투어를 뛰기 때문에 일부러 일찍 만들고 싶지는 않다. 결혼은 35살 이후에 할 생각"이라면서 '서희경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잘 모르지만 외모도 괜찮고 성격도 좋아 보이더라"고 재치 있게 대답했다. 타이거 우즈의 스캔들에 관해서는 "그런 일과 관계없이 내게는 여전히 우상이다.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대상이라 안타깝기도 하고 빨리 복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해에 골프를 잘 치기 바라는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골프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라운드나 연습을 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5분씩이라도 스트레칭을 해 몸을 부드럽게 유지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