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부자가 지금 10만원을 내면 1만원을 바로 돌려주고 1년 후 10만원에 대한 이자나 수익을 원금과 함께 주겠다고 제안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합리적 사람이라면 이러한 제안을 쉽게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장 1만원을 돌려받으면 10%의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노후 준비상품인 연금저축만큼 매력적인 상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연간 400만원 이상을 불입하면 세액공제 혜택으로 52만원 정도를 돌려받는다. 이는 13% 정도의 수익을 확정하는 것과 같다. 당연히 불입한 돈에 대한 이자나 운용 수익도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 물론 55세 이후 연금 수령이 가능하고 중도 해지할 경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앞서 가정한 부자의 제안 못지않게 매력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평균 수명이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 퇴직 이후에도 평균 30~40년을 대비하려면 개인연금인 연금저축 가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국가가 나서서 세제 혜택까지 주고 있으니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3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연금저축 가입률은 약 17.2%에 불과하다. 가입한 다음에도 문제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연금저축에 가입하고 10년 차까지 유지한 비중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각종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연금이 활성화되지 않는 현상을 가리켜 '연금 퍼즐(annuity puzzle)' 또는 '연금 수수께끼'라고 한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따져봐도 설명이 안 되다 보니 수수께끼라는 표현까지 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진 자산보다 더 오래 사는 이른바 장수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연금저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개인의 노후 생활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연금저축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시급하다.
첫째 연금저축상품의 온라인 가입을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 바쁜 직장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연금저축상품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온라인 채널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기 때문에 연금저축상품의 실질 수익률이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연금저축의 균형 있는 배분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 간 연금저축 이전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연금저축의 78%가 보험회사의 연금저축보험이 차지하고 있다. 연금저축보험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종신수령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저금리 등으로 실질 수익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연금저축보험에만 몰려 있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균형 있는 노후 준비가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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