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같았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안대희 카드를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당정청이 비상시국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새누리당의 한 관계자)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안대희' 총리 카드를 선택한 것은 6·4 지방선거를 정면 돌파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개혁조치를 힘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참신함과 소신·강단을 갖춘 인사를 지명함으로써 6·4 지방선거 이후 자칫 레임덕에 빠질지도 모르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뜻도 읽힌다.
박 대통령이 이날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로 내정한 것과 함께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사실상 경질한 것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쇄신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최근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남 원장은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혐의 증거조작 책임을 지고 있고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국론분열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 내정자 앞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추락해버린 정부의 리더십을 바로 세워야 하는 과제가 놓이게 됐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가대개조를 위한 관료사회 혁신과 부패근절을 제2기 내각의 수장으로서 진두지휘하게 된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해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정홍원 현 총리의 경우 안 내정자와 같은 검찰 출신이지만 "예스맨"이라는 지적을 일부 받은 바 있다.
안 내정자는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까지 관장하게 돼 '책임총리'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 받게 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공직사회의 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해 국가개조를 끌어낼 적임자"라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책임총리로서 복지부동하지 않고 대통령을 보좌하며 법 집행을 철저히 밀고 나갈 강단이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안 내정자는 사시 17회 동기인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검 중수부장과 대법관으로 임명됐으며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 캠프에 합류했다. 대법관 임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6·4 지방선거를 전후해 실시될 청문회 통과도 유력하다. 안 내정자와 인연이 깊은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선대위의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영입을 반대해 당시 박 후보와 마찰을 빚고 정치 일선을 떠났었다"며 "박 대통령도 안 총리 지명을 다소 부담스러워할 수 있었을 텐데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내정자는 2003년 대검 중수부장으로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며 한나라당의 '차떼기'를 밝혀낸 바 있다.
하지만 안대희호의 순항을 점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그 앞에 놓인 과제들이 공직사회의 복지부동과 부패근절, 관피아(관료+마피아) 제재, 규제완화와 공공기관 개혁, 연금 개혁 등 어느 하나 손쉬운 것이 없다. 세월호로 정부에 등을 돌린 민심도 다독여야 한다.
이번 경질대상에서 제외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새누리당 등 여권과 호흡을 맞추면서 야당의 협조를 원만하게 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국민화합과 통합 측면에서 아쉬운 인사"라며 "특히 김기춘 실장이 유임돼 쇄신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김영환 새정치연합 의원은 "안 내정자는 경남이 고향으로 검사 출신인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대 비서실장으로 민정당 출신에 경북이 고향인 김중권씨를 임명했었다"며 "총리 취임 직후 내각을 개편할 때 국민통합형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