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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과학자는 세상의 보배

‘학자내신지보 학자내세지진(學者乃身之寶 學者乃世之珍).’ 배우는 것은 곧 나의 보배요, 배운 사람은 곧 세상의 보배다. 촉망받는 과학자들을 관찰해보면 그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호기심이나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리고 자신이 알게 된 사실들을 동료들에게 알려주려 하는 열린 정신과 사소한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탐구 자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긴다. 이런 자세가 그들을 영원히 과학자이게 하는 요소다. 20세기 물성학의 거장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러시아의 이론물리학자 레프 다비도비치 란다우는 제자들과 함께 새벽3시가 넘도록 토론을 하고서도 다음날 아침에 만나면 “뭐, 다른 진전 상황 없어?”라고 묻고는 했다고 한다. 실제 연구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센스가 뛰어나고 끈기 있는 과학자들이 새로운 사실을 찾아낸다. 부지런히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다른 사람보다 한발 앞서서 연구하고 본인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탐구하는 자세는 과학자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어렸을 때 읽은 소설로 영국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3년에 쓴 ‘보물섬’이 있다. 짐 호킨스라는 주인공 소년은 여관 주인의 아들로서 늙은 해적의 짐에서 해적 플린트가 보물을 감춰둔 섬의 지도를 손에 넣게 된다. 짐은 지주 트릴로니와 의사 리브지에게 지도를 건네주고 트릴로니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범선 히스파니올라호를 타고 보물섬을 향해 떠난다. 고용한 선원 중 외다리 해적 롱 존 실버와 부하들이 보물을 노리고 있었다. 보물섬에 도착할 즈음 실버 일당이 반란을 일으켜 짐 일행은 곤경에 빠진다. 짐의 일행은 열세였지만 해적 실버가 악당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죽음의 위험에 처한 짐을 구해내면서 그들을 모조리 섬멸하게 된다. 짐 일행은 개과천선한 실버를 너그럽게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섬에 거주하는 벤이라는 정체불명의 사나이의 도움을 받아 보물을 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보물을 찾는 과정은 흡사 연구개발 과정을 묘사한 듯하다. 보물섬 지도는 연구개발의 로드맵이며 보물의 위치를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점점 더 세밀한 지도가 작성되듯이 연구 과정을 통해 목표가 명료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주인공 짐 호킨스는 연구책임자, 지주 트릴로니는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스폰서, 그리고 의사 리브지는 같이 연구하는 동료를 의미한다. 또 배 구입은 연구 장비를 구입하는 것이며 선원의 고용은 연구진의 구성, 항해는 연구의 시작에 준한다. 이와 같이 연구 과제가 정해지고 연구비를 수주받은 후에는 장비와 연구진을 갖추고 실제 연구에 돌입하게 된다. 실버 일당의 반란과 짐 일행이 겪는 고통은 연구를 하면서 과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물의 발견은 성공을 의미한다. 연구에서는 뜻밖의 사실로부터 발견을 잘하는 능력, 즉 세렌디피티(serendipity)가 중요하다. 위대한 발견에는 ‘우연’이 한몫한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연구 결과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하면 곧 실망하지만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가 바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우연도 아무에게나 오지는 않는다. 호기심을 갖고 눈앞의 현상을 관찰하면서 철저하게 따져보고 검증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행운의 여신은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미소 짓는다. 라이트 형제는 과학자는 아니었지만 200차례의 모형 실험과 1,000번의 글라이더 시험 비행을 거치는 노력 끝에 글라이더가 아닌 동력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기를 완성했다. 아이작 뉴턴, 앨프리드 아인슈타인, 토머스 앨바 에디슨과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도 창의적인 자세와 탐구정신, 끊임없는 호기심과 끈기,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지식기반사회에는 보물섬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이 보물섬을 찾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보물섬을 찾는 사람의 양성 및 과감히 도전하는 기백과 패기라는 정신의 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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