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무용 등 순수예술의 가장 큰 숙제는 대중성 확보이다. 공연 때는 소수의 마니아와 출연자의 지인들만이 객석을 채우기 일쑤. 순수예술단체는 일반 대중을 객석으로 이끄는 방안을 늘 고민한다. 국립발레단이 오는 11~13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선보이는 ‘오델로’는 그런 면에서 돋보인다. ‘발레의 대중화’를 내세우며 기획된 이번 공연은 발레와 연극이 혼합된 독특한 작품. ‘오델로’의 줄거리는 연극으로 구현하되 특징적인 부분을 발레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1990년대 국립발레단에서 활약한 무용수 백영태, 제임스 전, 박상철이 각각 ‘오델로’의 세 부분을 맡아 춤으로 담아냈다. 서로 다른 안무가가 구현한 이질적인 춤을 연극으로 매끄럽게 연결하는 연출은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가 맡았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델로’는 무어인 장군 오델로가 아내 데스데모나의 정조를 의심해 살해하지만 나중에 자신의 부관 이아고의 계략이었음을 알고 자살한다는 내용의 비극이다. 제임스 전은 이 가운데 데스데모나가 부정을 저지르는 악몽을 꾼 뒤 괴로워하는 오델로를 춤으로 표현했다. 박상철은 이기적인 인간 ‘이아고’의 질투를 무대에서 표현했다. 이 장면에서는 무대 위에 한 배역의 무용수와 연극배우가 동시에 오른다. 무용수 오델로는 춤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배우 오델로는 대사로 극을 이끄는 방식이다. 백영태는 데스데모나를 살해한 뒤 오델로가 겪는 고통과 상처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무대 위에는 오델로의 분신 10명이 등장해 강렬한 군무를 선보인다. 장운규, 이원철 등 국립발레단 단원들과 탤런트 유태웅, 연극배우 서은경 등이 출연한다. (02)587-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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