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를 웃돌 것으로 예측되면서 물가불안이 구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의 화폐정책위원회(금융통화위원회)는 5일 회의에서 “올들어 중국의 CPI 상승률이 두 달 연속 12년여만의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3월에도 8%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것”이라며 “올해 금융거시조절정책의 중심업무는 물가의 과속상승 억제”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 공상은행은 중국의 3월 CPI 상승률이 8.2%에 이르고 1ㆍ4분기 평균 8%이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오는 18일 3월 CPI 상승률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 2월 폭설 대란 등의 영향으로 식료품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 CPI 상승률이 12년여만에 최고치인 8.7%를 기록했으며 1월에도 7.1% 올랐다. 공상은행은 “중국의 최근 물가불안은 글로벌시장의 식품 및 에너지가격 상승과 국내부문의 수요증가에 따른 비용증가에 기인한다”며 “전세계적인 쌀과 밀 등 곡물가격의 상승랠리가 중국정부의 물가억제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겉으로는 강력한 긴축기조를 주장하면서도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세계적으로 공급부족을 빚고 있는 곡물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곡물생산업자와 농가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고 전국은행에 지시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부분적인 경기부양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후 인민은행은 통화정책의 고삐를 늦춰 지난주 공개시장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7주만에 순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선인완궈(申銀萬國)의 리후이융(李慧勇) 거시경제 분석가는 “1ㆍ4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1%로 떨어지는 등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특히 무역흑자가 415억달러로 작년에 비해 10% 줄어들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9.4%%와 9.3%로 각각 하향조정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중국의 올해 GDP성장 전망치를 10%로 낮췄다. 산업계에서도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2월 유색금속업종의 이윤 증가율은 1.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0%에 비해 현격하게 감소했으며, 급팽창하던 철강업종의 이익증가율도 12.2%로 축소됐다. 후제(虎杰)투자의 장인(張寅) 분석가는 “작년에 비해 대기업의 주문량 위축이 심각하고, 원자재 가격은 끊임 없이 오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의 이윤이 대폭 하락하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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