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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反기업 정서'는 있다.
입력2005-11-13 16:43:22
수정
2005.11.13 16:43:22
“아무리 이기적인 기업인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도덕률을 따르고 있다. 이 도덕률 때문에 성공한 기업인들의 부의 축적성과에 대해 비록 직접 혜택을 받지 못할지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업인의 성공을 자기 자신의 행복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오늘날 자유시장경제 원리의 창시자로, 그리고 ‘국부론’의 명저자로 수세기 동안 숭앙돼온 애덤 스미스가 그의 또 하나의 명저 ‘도덕정서론’에서 누누이 강조한 기업경영의 도덕성과 시민사회자본론의 골자이다.
지난번 이 송현칼럼에 “反기업 정서는 없다”라는 글(10월17일자)을 발표한 이후 필자는 많은 분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이제까지 반기업 정서라는 말과 반기업인 정서라는 말을 혼동해 사용해왔는데 앞으로는 확실히 구별해 말하겠다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결코 우리 기업들을 미워해온 것이 아니고 다만 특정 비리 기업인들의 잘못을 비판했던 것임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해줬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각종 언론매체에는 삼성 X-파일 사건과 두산 4형제 횡령건을 전후해 시도 때도 없이 “반기업 정서를 없애야 기업의욕이 살아난다” “성장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라” “전경련마저 기업 때리기를 우려했다”는 등 심지어는 외국 저명학자와 기업인들을 앞세워 마치 우리나라에는 반기업 정서가 만연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하거나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의 실상을 보면 산업ㆍ금융ㆍ조세 분야를 막론해 금산법이건 공정위 조치이건 또는 수도권정책ㆍ환경정책 할 것 없이 반기업적이기는커녕 온통 기업편의 위주로 일관하고 있다.
말로는 좌파정부라고 지탄받고 실제 정책면에서는 좌파인지 우파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재벌비호와 기업 봐주기 일색이다. 오죽하면 얼마 전 100명의 경영ㆍ경제학자들이 재벌ㆍ금융개혁을 제대로 하라고 정부시책을 윽박지르고 나섰을까.
그러함에도 정부는 기업돈을 326억원이나 횡령하고 2,8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재벌 형제총수들을 그냥 불구속 기소했다. 모르기는 해도 삼성 X-파일 관련 피의자들도 적당한 여론재판 과정을 거친 뒤 예외 없이 풀려날 것이라는 예상이 떠돌고 있다.
그 기초작업의 일환인지 삼성 계열의 최고경영자(CEO) 한 분이 엊그제 모 대학에서 공개적으로 “무엇보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면 반기업 정서가 해소돼야 하고 기업인이 존경받아야 한다”고 외쳤다. 그 신호를 기다렸다는 듯 반기업 정서 때문에 경제가 어렵고 삶이 고달파 부부가 갈라서거나 심지어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억지 주장마저 등장했다. 결손 자녀들이 170만명을 넘어선 것도 지난 80년대 후반 이후 계속된 ‘기업흔들기’의 후유증이라는 기상천외한 주장도 있다.
냉정히 보고 말해보자. 요즘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청계천 공연광장에 가서 특정 기업인이 아닌 그냥 기업을 미워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물어보라. 특정 비리 기업인의 행태를 뺀 일반적인 반기업론자들을 헤아려보자. 개념적으로 비리기업인과 기업 자체를 확실히 분리해 물어보면 열이면 열명이 우리 기업 좋고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탈세 재산상속, 출생과 동시에 땅부자가 된 기업인, 차떼기, 분식회계, 독과점 횡포 등 특정 기업인들의 천민자본주의적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기업인들이 비리를 저질러놓고도 정치권이 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범법을 행했다고 주장한다면 이 세상에 어떤 잘못인들 범죄로 성립하겠는가. 모두들 그 원죄가 썩은 사회에 기인했다고 남의 탓만 할 것 아니겠는가.
분명한 것은 ‘반기업 정서’라는 용어가 이런저런 이유로 비리기업인 또는 그 옹호자들에 의해 방패막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갖은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반기업 정서라는 말 뒤에 숨어 자기들의 비리를 합리화하려고 드는 기업인들이 행세하고 활보하는 한 우리나라 기업과 경제의 세계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기업과 기업인을 떼어놓고 재벌과 오너들도 분리해 생각할 줄 하는 사회가 바로 선진사회다. 도덕률을 엄정히 지키는 기업가만이 사회적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
많이 가진 자, 신분이 높은 자일수록 도덕적 책무를 더 많이 행하는 사회만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수월성을 찬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대 신자유주의 경제원리의 원조인 스미스가 이미 18세기에 우리들에게 충고한 ‘도덕정서론’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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