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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끝나지 않은 금융 실력자들의 파티


현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007년 12월 말. 정확하게는 대선 사흘 후 조금은 뜬금없는 제보(?)가 왔다. 한 인사를 눈여겨보라며, 머지않아 금융계의 핵심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터라 그의 진지한 표정에 쓴 웃음으로 화답했다. "금융 인사 기사를 쓸 때 하마평에 넣어달라"는 민원쯤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몇 달 뒤, 그는 내로라하는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 자리했고 현 정권 내내 금융 실력자로 위세를 떨쳤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권의 가장 큰 실책으로 꼽는 것이 인사다. 개중에서도 금융 인사는 해도 너무할 정도로 투박했다. 막강 인사권을 갖고 있어야 할 금융위원장은 배척됐고 금융권의 수많은 자리가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의 전리품으로 전락했다. '그들만의 리그'라 할 정도로 특정 인사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기자는 대통령 주변에 있는 어느 인사가 금융 CEO를 비롯한 고위직 인사에 너무 훤히 꿰뚫고 있는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물론 그 역시 CEO 자리가 나올 때마다 강력한 후임자로 천거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력자들의 파티는 계속되고 있다.

사실 그들의 파티는 참으로 화려했다. 정권 초기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출신)'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핵심은 금융이었다.

권력 주변 인물이 고위직 독식

지주회사 회장 자리는 대통령과 친분 있는 사람이 쉽게 자리했고 정권이 끝나가는 이 순간에도 대형 지주사의 수장들이 대통령의 주변인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들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으면서 호가호위하고 있다. 지주회사들이 회장들의 '작은 왕국'이 됐다는 극단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은행장은 어떤가. 과거 은행장 앞에서는 재벌 오너도 큰 소리를 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은행장은 지주 회장 아래 영업본부장으로 추락했다. 밤낮으로 예금해달라, 대출해달라 읍소하는 모습은 극심한 경쟁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핵심 기능을 지주 회장에게 빼앗긴 은행장의 초라한 단면을 보여준다. 회장들이 은행 상품 얘기를 꺼내는 모습에서 금융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우리 금융산업이 얼마나 퇴보하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6개월이다. 대선이 갈무리되자마자 인사의 소용돌이가 일어날 것이다. 누가 대권을 잡든 수백ㆍ수천 자리가 물갈이 될 것이다. 지주사 회장도 그 중심에 설 것이다.



엄연하게 임기가 있는데 대선과 회장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본인들은 반박하겠지만 금융 인사들의 가장 빈번한 식사 메뉴가 바로 그들의 거취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회장들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이쯤 해서 파티를 끝내고 남은 임기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본인들은 때가 됐을 때 물러나면 되지 무슨 준비를 하느냐고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할 것이다.

금융 본연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하지만 그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후임자들이 왔을 때 어떤 간극도 느끼지 않도록 토양을 닦아주는 일이다. 후임자가 왔을 때 다른 자리까지 무더기로 바꿔야 하는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후임자가 최적의 자산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도록 정갈한 마무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 후임자는 절대로 권력과 연계되지 않는 사람이 앉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을 본연의 자리로 돌려야 한다. 금융이 정치의 놀음판이 되는 순간, 더 이상 금융이 아니다. 이젠 우리 금융산업에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멋진 CEO가 한 명쯤은 나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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